인문학/종교 67

흰 옷을 입고 오른편에 앉아 있는 청년

무덤 안에서 흰 옷을 입고 오른편에 앉아 있는 청년(16:5)은 누구일까? 그 청년이 예수를 삼인칭으로 묘사하고 있으니 그는 분명 예수 자신은 아니다. 성서전통에서 흰 옷을 입은 자의 모습은 종종 천사와 같은 초월적 존재를 의미하거나(단 7:9; 행 1:10; 계 4:4; 19:14) 혹은 순교자를 상징한다(계 7:9, 13). 또한 흰 옷은 변화산 이야기에서 변모한 예수의 모습을 연상시킨다(9:3). 그렇다면 자신의 옷을 벗어 버리고 도망한 청년(14:51-52)이 순교를 뜻하는 흰 옷을 입고 무덤 가운데에 나타난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름 없는 여인의 이야기처럼 이름 없는 한 청년의 이 말없는 행동에서 마가공동체의 모습을 엿보게 된다. 청년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이 순교자적 행위..

인문학/종교 2020.04.08

마가복음에 부활이야기가 없었다

현존하는 신약성서 사본 가운데 가장 온전하면서도 오래된 헬라어 사본(best manuscripts)으로 서기 4세기경에 쓰여진 것으로 추정되는 시내산 사본과 바티칸 사본(B)을 꼽는다. 이들 필사본에 따르면 마가복음은 16장 8절로 끝난다.(Bruce M. Metzger, A Textual Commentary on the Greek New Testament, 122-26). 여기에는 그리스도교 신앙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예수의 부활이야기(resurrection account)가 들어 있지 않다. 한글 성경과 다른 번역본에 포함된 마가복음 끝부분(막 16:9-20)은 나중에 첨가된 여러 부활이야기들 중에서 가장 긴 본문의 형태를 취한 것이다. 성서학자들이 이 첨가물(?)에 대해 곱지 못한 시선을 보내고..

인문학/종교 2020.04.05

기도를 한다는 것

기도를 한다는 것은 떼를 써가며 자신의 뜻을 관철시키려는 노력이 아니라 내 생각을 하느님 생각에 맞추는 작업이다. 내 안에 하느님의 영이 드러나게 하는 일이다. 에고의 뜻과 욕심을 잠시 잊고 하느님의 영에 귀를 기울이는 행위가 기도이다. 기도는 사람의 일이 아니라 하느님의 일에 마음을 쓰는 것이다(8:33). 「박원일지음,마가복음정치적으로읽기,p197,한국기독교연구소」

인문학/종교 2020.03.30

메시아 비밀

베드로의 ‘고백’과 마찬가지로, 예수의 침묵명령은 메시아 비밀의 한 요인으로 이해되어야 한다(M. Eugene Boring, Mark: A Commentary, 238); 마가복음에서 예수의 진정한 정체는 십자가와 부활 때까지는 알려지지 않는다(270). 예수는 세례와 함께 메시아로 인침을 받았지만, 부활한 이후에야 비로소 그 메시아 직(office)을 수행한다(9:9; 14:61-21을 보라). (Adela Yarbro Collins, Mark: A Commentary, 66). ‘메시아 비밀’의 저자, 브레데는 마가복음에 나타나는 예수의 침묵 명령에 주목한다. 곧 예수 자신에 대해 나타내지 말라는 명령이다. 먼저 자신을 알아보는 더러운 영들에게 예수는 침묵할 것을 명한다(1:25, 34; 3:12)...

인문학/종교 2020.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