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드로의 ‘고백’과 마찬가지로, 예수의 침묵명령은 메시아 비밀의 한 요인으로 이해되어야 한다(M. Eugene Boring, Mark: A Commentary, 238);
마가복음에서 예수의 진정한 정체는 십자가와 부활 때까지는 알려지지 않는다(270).
예수는 세례와 함께 메시아로 인침을 받았지만, 부활한 이후에야 비로소 그 메시아 직(office)을 수행한다(9:9; 14:61-21을 보라). (Adela Yarbro Collins, Mark: A Commentary, 66).
‘메시아 비밀’의 저자, 브레데는 마가복음에 나타나는 예수의 침묵 명령에 주목한다.
곧 예수 자신에 대해 나타내지 말라는 명령이다.
먼저 자신을 알아보는 더러운 영들에게 예수는 침묵할 것을 명한다(1:25, 34; 3:12).
또 병자들을 고친 후 그들에게 침묵을 요구한다(1:43-45; 5:43; 7:36; 8:26).
베드로와 제자들에게는 자신이 누구인지 숨기고 말하지 못하게 하며(8:30; 9:9),
예수 스스로도 자신의 신분을 의도적으로 숨기려 한다(7:24; 9:30).
예수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 바디매오를 침묵시키려고 시도한 것(10:47-48) 또한 같은 모티브로 보아야 한다는 주장이다(The Messianic Secret, 34).
여기에 물론 문제점도 있다. 메시아 비밀 모티브가 일관성을 갖지 못하기 때문이다.
예수는 여러 번 자신의 정체가 알려져 숨어 다니곤 했다(1:44-45).
또 침묵명령(1:44-45; 7:36; cf. 7:24; 10:52)이 지켜지지도 않았을 뿐 아니라 때로는 자신을 공개적으로 나타내기도 했다(5:19-20).
이 점은 브레데도 인정한 것인데 ‘메시아 비밀’이 마가의 순수한 창작이 아니고 당시 유행한 초기 교회의 추세(Tendenz)를 반영했기 때문이라고 주장한다(145).
또 다른 의문은 만일 제자들이 예수가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면, 예수는 왜 그들을 전도하도록 보냈으며 또 무엇을 가르치게 했을까?
또 부활 때까지 예수의 참 모습을 몰랐던 제자들에게 교회의 사도 권위는 무슨 의미가 있을까? 하는 점이다.
신약성서 비평가들 사이에도 의견이 분분하다.
슈바이처와 영미학파에서는 예수가 처음부터 스스로 메시아 의식을 갖고 있었다고 주장하는가 하면, 그 이외 대부분 학자들은 그런 생각을 도외시한다.
문제는 마가복음에서 예수의 역사성을 찾았던 브레데 이전 학자들이나 브레데 모두 막 8:29-30을 해석할 때 베드로의 고백을 문자적 사실로 받아들이거나, 적어도 이를 통해 마가복음에 메시아 비밀이 존재한다는 확신을 가졌다는 데 있다.
이 모두는 마가복음의 거친 표현, ‘꾸짖음’(에피티마오)에 대한 잘못된 이해에서 비롯된다.
예수는 처음부터 메시아였다는 주장(근본주의)이나 그것은 후대의 산물이라는 주장(자유주의) 모두 “메시아 비밀”이라는 가설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박원일지음, 마가복음정치적으로읽기, p178~181, 한국기독교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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