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석의 ‘예수 그리스도’ 글자 풀이
한글은 소리글자이지 뜻글자가 아니다. 따라서 한글 글자 하나하나의 뜻을 찾는 것은 무리다. 그러나 다석은 한글 한 자 한 자에 신령한 기운이 서린 것처럼 여긴 나머지 한글의 뜻을 새기곤 했다. 나는 다석의 이런 형태를 한글놀이라고 이름 짓는다. 국어 국문학자들에게는 다석의 한글놀이가 가소롭게 여겨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무리한 한글놀이에 번뜩이는 다석의 기지만은 높이 살 만하다.
다석의 ‘예수’의 ‘예’자와 ‘수’자의 뜻을 살피곤 했는데, 먼저 예수의 ‘예’ 풀이부터 보자.3) ‘예’는 ‘여기’의 준말이라는 것이다. 사실 우리 겨레는 ‘예서 기다리시오’, ‘예가 어디냐’라는 등 준말을 곧잘 썼다. 예수의 ‘수’는 능력을 뜻한다고 풀이했다. 사실 우리 겨레는 재수ㆍ운수ㆍ기수氣數ㆍ성수星數 따위 낱말들을 곧잘 입에 담는다. “예수의 수는 이제 우리가 알게 된 몸 성히 마음 놓이는 수安心, 바탈本性 태히(태우)는 수입니다.”4) 예수 두 글자의 뜻을 합치면 그분께 구원능력이 있다, 예수는 구세주라는 뜻이 된다. 다석은 우리말 예수의 뜻과 히브리 어 예수의 뜻(=하느님이 구원하신다)이 일치한다고 하면서 감탄했다.5)
다석은 ‘그리스도’의 뜻을 여러 가지로 풀이했다.6) 다석은 ‘그립다’, ‘그리 서다立, ‘그리다’, ‘글文이 서다立’와 연결시켜 ‘그리스도’를 풀이했다. 예수는 하느님을 그리워한 까닭에 그리스도가 되었다는 것이다. 예수는 하느님을 향해 꼿꼿이 ‘그리(그렇게) 섰다立’는 것이다. 그리고 하느님을 바로 그리는 글만이 글로 성립된다文立고 했다. 다석은 그런 글(성경)이 그립다고도 했다.
「정양모지음,나는 다석을 이렇게 본다,p40~41,도서출판 두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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