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철학 등 159

인간도 신을 안 믿는 것 같은데 기계가 믿을 리가 없겠죠

우리가 기계에서 바라는 것은, 인공지능 기계 안에서의 모든 계산의 첫 번째 인과관계는 인간이어야 된다는 거죠. 만약 인공지능 스스로 첫 번째 인과관계를 만들어냈다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거기서부터가 자기 의지의 시작이기 때문이죠. 그때부터의 인공지능은 지능이 있어서 생각도 한다는 겁니다. 그렇게 되는 것은 막아야 하는데 만약 감시할 수만 있다면 자기 의지가 생기는 그 순간에 자폭시켜야 합니다. 이 원리를 튜링폭탄이라고 불러요. 하지만 문제는 이것이 수학적으로 가능할지 아무도 모른다는 거예요. 컴퓨터 안에서 계산되는 과정을 보고 랜덤인지 아니면 스스로 만들어낸 것인지 수학적으로 계산해 본질적으로 안다는 것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아직 할 수 있다는 증명이 없거든요. 아마 안 될 겁니다. 다른 방법으로는..

지구 + 인간? vs 지구 – 인간?

지구 + 인간? vs 지구 – 인간? 여기서 또 하나 본질적인 문제가 발생합니다. 딥러닝이 만약 강한 인공지능의 알고리즘 중 하나라면 상당히 위험한 요소를 하나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의 뇌는 10층에서 15층 정도의 구조를 가졌는데 현재의 인공지능은 152층까지, 훨씬 더 깊은 사고를 할 수 있다는 것이죠. 여기서 문제가 생깁니다. 한번 상상해보세요. 손바닥에 개미가 한 마리 기어 다닙니다. 싫겠죠. 그래서 손으로 집어다가 바닥에 내려놓습니다. 근데 우연히도 손에 있었던 개미가 개미 중의 천재, 개미가 알 수 있는 건 다 아는 개미였습니다. 그렇더라도 개미 뇌는 기껏해야 2, 3층만 갖고 있습니다. 인간보다 뇌가 덜 발달했으니까요. 이 천재 개미가 생각할 수 있는 걸 다 생각하더라도 이 개미는 결국 푹신..

수의 문화사

수는 어느날 갑자기 완전한 형태로 나타난 것이 아니다. 수도 진화했다. '하나'에서 시작해 눈, 팔다리처럼 '둘'을 나타내는 복수형 단어가 생겨나고…. 이런 식으로 오늘날의 '무한'개념까지 발달했다. 저자는 동서양의 다양한 민족이 사용하는 숫자와 관련된 상징들이 인류 문화사와 어떻게 얽혀 발전했는지 보여준다. 셈족은 불특정한 '많음'을 뜻할 때 흔히 40을 사용했단다. '알리바바와 40인의 도둑'이 그렇고 모세는 시나이 산에서 40일을 기다렸으며 예수가 황야에서 40일 동안 산 것도, 대홍수 동안 40일 낮밤 동안 비가 내린 것도 마찬가지 예라고 지적한다. 14세기 베네치아에서는 입항한 배가 전염병에 감염되었는지 알아보는 검역기간이 40일로 지정되었다고 한다. 인도에서 발명된 0의 운명도 눈길을 끈다. ..

뻔뻔한 인디언(Indian Giver)

1550년대 브라질을 방문했던 장 르리(Jean Lery)라는 프랑스 위그노 교도는 호전적인 우에타카 족의 특이한 거래 행위에 대해 기록하고 있다. 다른 부족, 이를테면 투피남바 족이 우에타카 족과 거래를 하고 싶으면 우선 멀리서 거래 물품을 보여주어야 한다. 물론 우에타카 족도 그렇게 한다. 이렇게 해서 만약 양쪽이 거래에 동의하면 투피남바 쪽에서 한 사람이 나와 교환할 물건, 예를 들어 녹색 돌을 200걸음쯤 떨어진 바위 위에 올려놓고 원래 자리로 돌아간다. 다음에는 우에타카 쪽에서 한 사람이 바위까지 걸어와 돌을 집어든 다음 깃털 장식을 올려놓고 다시 자기 자리로 간다. 이제는 투피남바 쪽에서 깃털 장식을 가져가려고 다시 바위로 간다. 이때부터 거래는 흥미로워진다. “양쪽이 교환한 물건을 갖고 처음..

나라와 국가

‘國’자를 쪼개 보자. 큰 ‘口’는 둘레 곧 국경이다. 작은 ‘口’는 입 곧 인민이다. ‘戈’는 창 곧 군대다. ‘一’는 땅 곧 영토다. 모두 ‘나라’를 이루는 요소다. 그런데, ‘國’자에는 나라를 이루는 세 요소인 ‘인민·영토’만 있고, ‘주권’은 없다. 그래서 ‘國’을 중국에서는 “작은 나라(큰 나라는 邦), 제후 나라, 고향, …” 따위 뜻으로 쓰고, 일본에서도 ‘국·방’을 ‘구니’라고 하되 “땅(대지), 나라땅·나라, 행정구역 단위, 시골, …” 따위 뜻으로 쓴다. 우리는 ‘國’을 ‘나라’라고 새기지마는, 중국과 일본에서는 ‘國’이 ‘나라’라는 말 구실을 제대로 못 하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중국에서는 ‘國家’라는 억지말을 만들었다. 일본도 그것을 따른다. 뜻으로는 ‘나라’가 아니라 ‘나랏집’이..

민족은 조선시대 말과 일제시대 초기에 생겨난 개념이고 의식

코리아반도 거주민의 종족적 통일성은 아무리 빨라도 “고려말에서 조선 초 성리학 보급으로 인한 지방엘리트들의 교육ㆍ가치관ㆍ생활양식의 동질화와 임진왜란 같은 ‘우리 모두’에게 가해진 처참한 공동의 역사적 시련”을 통해 이루어졌다. 조선문학 연구자 강명관에 의하면 조선시대인 다수가 제례와 상례를 생활의례로 받아들인 것은 임병양란 이후이고 그전까지는 불교적 의례와 유가적 의례가 충돌했다. “민족주의가 농민을 프랑스인으로 만들었다”는 유명한 이야기는 여기에도 해당된다. 코리아반도에서는 조선 말 신분제 폐지와 일제의 침략으로 인한 저항적 집단의식의 발흥이 비로소 노비, 상민, 양반을 ‘조선인’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민족은 조선시대 말과 일제시대 초기에 생겨난 개념이고 의식이다. 그것은 일본이 서양의 내이션(nat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