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덤 안에서 흰 옷을 입고 오른편에 앉아 있는 청년(16:5)은 누구일까?
그 청년이 예수를 삼인칭으로 묘사하고 있으니 그는 분명 예수 자신은 아니다.
성서전통에서 흰 옷을 입은 자의 모습은 종종 천사와 같은 초월적 존재를 의미하거나(단 7:9; 행 1:10; 계 4:4; 19:14) 혹은 순교자를 상징한다(계 7:9, 13).
또한 흰 옷은 변화산 이야기에서 변모한 예수의 모습을 연상시킨다(9:3).
그렇다면 자신의 옷을 벗어 버리고 도망한 청년(14:51-52)이 순교를 뜻하는 흰 옷을 입고 무덤 가운데에 나타난다는 것은 매우 의미심장하다.
이름 없는 여인의 이야기처럼 이름 없는 한 청년의 이 말없는 행동에서 마가공동체의 모습을 엿보게 된다.
청년의 이름을 밝히지 않는 이유는 아마도 이 순교자적 행위가 한 개인의 영광이나 성공신화가 아니라 앞으로 계속해서 예수의 복음을 살아낼 무수히 많은 제자들을 상징하기 때문일 것이다.
마가복음 저자가 예수를 따르는 참 제자의 모습을 뛰어난 문화적 상상력에 기초해 그려낸 것이다.
「박원일지음, 마가복음정치적으로읽기, p292, 한국기독교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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