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경제 81

가격-정화(正貨) 플로우price-specie flow

전전(前戰) 금본위제에 대한 모든 논의의 확실한 출발점은 유명한 데이비드 흄David Hume의 분석이다.5 흄의 ‘가격-정화(正貨) 플로우price-specie flow’ 모델의 핵심은 정책 담당자들이 금본위제에 의지해 대외 불균형을 자동으로 제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상품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초과로 수입한 상품 대금을 자국 통화로 지불하는 나라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 통화를 수취한 외국인은 다른 나라 통화를 사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그 통화를 발행한 중앙은행에 가서 수취액을 그 나라의 금본위제법이 정한 비율로 금화, 즉 정화로 교환할 것이다.6 그들은 그렇게 얻은 금을 자국 중앙은행에 건네고 자국 통화로 교환할 것이다. 흄이 정교화한 모델에 따르면, 첫 번째 중앙은행에서 상환된 ..

인문학/경제 2020.07.04

정부가 돈을 너무 안 찍어낼 때의 위험

이제껏 정부가 돈을 너무 많이 찍어낼 때의 위험을 지적하는 책들은 무수히 많았다. 그러나 몇 세기 동안 정반대의 문제가 더 자주 일어난 때가 있었다. 즉, 정부가 백성들에게 필요한 만큼 충분한 (혹은 제대로 된) 주화를 주조해 주지 못하는 경우가 종종 있었던 것이다. 전근대 경제 중에서 가장 역동적이었던 당대(645~907)와 송대(960~1127)의 경제가 화폐 부족으로 크게 흔들렸을 때, 중국인들은 한편으로는 납이나 도기로 주화를 만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세계 최초의 지폐를 발행하는 ‘혁신’을 단행했다. 그리고 놀랍게도 이때 만든 돈 같지도 않은 주화들이 현대적인 느낌을 주는 지폐보다 더 오래 살아남았다. 「케네스 포메란츠ㆍ스티븐 토픽 지음, 설탕, 커피 그리고 폭력, p44, 심산출판사」

인문학/경제 2020.05.20

새로운 버블 팽창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

현재의 세계 경제위기 역시 마찬가지다.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그동안 빈부격차가 확대된 데 따라 유효수요가 부족해진 데 있다. 빈부격차가 지금처럼 심해지기 전에 소득을 재분배하는 조치를 취했다면 2008년 4분기의 경제붕괴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의 거짓말과 언론의 협박, 부패한 경제정책이 어우러져 계속 빈부격차를 확대하는 쪽으로 폭주가 이루어졌고, 결국 국민경제 자체를 아예 망가뜨려 놓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조금만 길게 내다보면 제 발등 찍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도, 단기간의 탐욕에 눈이 멀어 결국 국민경제 자체를 망쳐 놓고 만 것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과정을 돌이켜보면, 개별 경제주체의 탐욕을 최대한 허용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운영 방식 자체에 자멸적인 속성이 있다는 마르크스와 루비니 ..

인문학/경제 2020.05.20

금본위제로 돌아가는 것이 정의에 부합할까?

금본위제로 돌아가는 것이 정의에 부합할까? 오늘날의 현대 경제가 금본위제로 다시 돌아갈 수 있을까? 금 투기꾼들과 금융 음모론자들은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물론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하지만 금본위제를 유지하기 위해 과거의 경험에서도 그러했던 것처럼, 경제의 규모를 금 보유량(=통화량)수준에 맞추기 위해 경기를 침체시키고 실업률을 증가시키는 긴축정책을 써서 경제를 마이너스 성장시켜야 할 것이다. 대공황 때 그 고통이 너무 컸기 때문에 결국 금본위제가 포기되었던 것이다. 1960년대 드골이 제안했던 것처럼, 금의 구매력을 여러 배로 높이는 방식을 취하는 것도 이론적으로는 가능할 수 있다. 경제의 규모를 줄이는 것이 아니라 금의 가치를 폭등시켜서 통화량의 크기를 키우는 것이다. 당시 드골은 금을 잔뜩 보유한 ..

인문학/경제 2020.05.08

금본위제만이 정직한 화폐제도?

2008년 4분기에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고, 금 가격이 급등하면서 ‘ 2008년 4분기에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고, 금 가격이 급등하면서 ‘금본위제’에 대한 언급을 언론기사에서 많이 찾아볼 수 있다. 그 내용을 보면 금본위제만이 정직한 화폐제도라는 설명을 많이 찾아볼 수 있다. 하지만 이는 막연하고 잘못된 관념에 불과한 것이다. 금본위제는 1870년대가 되어서야 확립되었고, 1930년대에 폐지된 제도로서 인류 역사에서 매우 짧은 기간 동안에만 존재했던 일시적이고 과도기적인 제도임을 알아야 한다. 19세기 중반까지도 금은 그 양이 너무 적었기 때문에 단독으로 화폐로 쓰이지 못하고 은과 더불어 사용되었다. 금은 복본위제였는데, 이때 중심이 되었던 화폐는 금이 아니라 은이었다. 오늘날에도 영국의 화폐인 파운드화..

인문학/경제 2020.04.08

금을 화폐로 채택하여 사용 한 이유

지난 역사의 어느 시기에 동서양을 막론하고 금을 화폐로 채택하여 사용했던 시기가 있었다. 하지만 이때 금을 화폐로 채택해서 사용했던 이유는 금이 고유한 내재가치를 갖고 있기 때문이 아니라, 오히려 아무짝에도 쓸모가 없는 소재였기 때문이다. 그들은 그 자체로는 아무짝에도 쓸모 없는 금이 도처에서 그토록 귀중하게 여겨진다는 말과, 원래는 금이 인간을 위해 만들어졌고 인간에 의해 가치를 지니게 됨에도 불구하고 인간이 오히려 금보다 가치가 낮은 존재로 인식된다는 말을 듣고 매우 놀라워했다. -토머스모어(1478-1535), 보석과 부의 유토피아14 성왕께서 아무 쓸모가 없는 물화로써 유용한 재화와 바꿀 수 있도록 한 것은, 훼손되는 낭비도 없애고 또 운반하기 어려운 수고로움도 덜기 위함이었습니다. 이것이 바로 ..

인문학/경제 2020.04.05

담합을 통한 독과점 이윤

2011년에 주식시장이 전반적으로 부진한 가운데 삼양식품(130.1%), 대상(95.6%), 오리온(72.0%) 등 내수주들이 수익률 상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정유업체들 역시 최고의 수익을 내고 있다. 이렇게 보면 내수기업들이 가치투자 대상으로 괜찮아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내막을 들여다보면 판단이 좀 달라진다. 삼양식품이나 오리온은 밀가루 등 원자재를 수입해서 라면이나 과자를 만들어서 국내에서 판매한다. 2011년은 국제 원자재가 크게 올라서 이들 기업은 생산원가가 크게 상승했다. 정유업체 역시 사정은 비슷하다. 2011년은 원유 가격이 크게 상승했다. 그러므로 상식적으로 생각하면 이들 업체의 영업이익은 줄어들었음직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업체들의 실적이 오히려 좋아져서 주가가 상승한 원인은 ..

인문학/경제 2020.03.30

더 이상 부동산 가격이 오를 이유가 없다.

물론 지난 2003년 이후에도 부동산 가격이 많이 오른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과거와는 통화량 증가율의 양상 자체가 다르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그에 따라 물가가 오르지 않는 가운데 부동산 가격이 상승했다. 물가가 폭등하는 가운데, 부동산이 같이 오르면서 장기간 지속적으로 올랐던 것은 박정희 정부 시절과 노태우 정부 시절까지였다. 그때는 전년 동기대비 30%씩 지속적으로 오르던 시절이다. 이처럼 지속적으로 올랐던 이유는, 역시 당시에는 재벌들이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떠나서는 생각할 수 없다. 반면 2000년대 접어들어 아파트 가격이 오른 이유는 다르다. 이전에 한국 재벌들은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면 ‘보유’하고 있던 부동산 가격이 상승함으로써 이득을 보았지만, 2000년대에는 더 이..

인문학/경제 2020.03.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