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의 세계 경제위기 역시 마찬가지다. 위기의 근본적인 원인은 그동안 빈부격차가 확대된 데 따라 유효수요가 부족해진 데 있다. 빈부격차가 지금처럼 심해지기 전에 소득을 재분배하는 조치를 취했다면 2008년 4분기의 경제붕괴는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학자들의 거짓말과 언론의 협박, 부패한 경제정책이 어우러져 계속 빈부격차를 확대하는 쪽으로 폭주가 이루어졌고, 결국 국민경제 자체를 아예 망가뜨려 놓는 지경에 이른 것이다. 조금만 길게 내다보면 제 발등 찍기라는 사실을 알 수 있는데도, 단기간의 탐욕에 눈이 멀어 결국 국민경제 자체를 망쳐 놓고 만 것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과정을 돌이켜보면, 개별 경제주체의 탐욕을 최대한 허용하는 자본주의 체제의 운영 방식 자체에 자멸적인 속성이 있다는 마르크스와 루비니 교수의 지적이 옳다는 사실을 인식할 수 있을 것이다. 기득권층의 탐욕 → 근로자(=소비자)의 소득 감소 →
총수요 감소 → 기업의 생산 감소 → 일자리 축소→ 다시 근로자의 소득 감소, 로 이어지는 악순환을 야기함으로써 결국 자본주의 경제 시스템 전체가 무너질 수밖에 없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버블의 팽창
그런데 지금까지 살펴본 구조를 보면 진작에 무너졌을 법한데, 30년 동안이나 지탱되어온 것도 사실이다. 그 비결은 소비수요의 부족을 메우기 위해 가계에 줄곧 돈을 빌려주었기 때문이다.
경제학자들과 언론, 정부가 합심하여 30년 동안 부의 재분배를 가로 막아왔기 때문에 경제는 점점 소비수요가 부족하게 되었다. 이와 같은 상황에서, 자본주의 체제가 무너지지 않게 유지하려면 근로자들의 임금을 인상해주지 않으면서도 소비수요를 창출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그러려면 결국 가계에 돈을 빌려주는 방법밖에는 없다. 이 때문에 모든 사회제도의 암묵적인 동의 하에 가계가 빚을 져서 소비를 늘리도록 하는 모든 방법(신용카드, 할부판매, 서브프라임모기지대출 등)이 동원되었다.
2002년 대선에서 부시 대통령의 선거공약이기도 했던 ‘주택소유사회(Ownership Society)’는 이런 정책의 정점에 서 있다. 2002년 행한 부시 대통령의 연설을 보면, 주택 소유사회라는 환상이 미국 시민들에게 어떻게 심어졌지 알 수 있다.
무엇인가를 보유한다는 것은 아메리칸 드림의 일부이기도 하다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국민 누군가가 내 집을 마련한다면, 그들의 아메리칸 드림은 현실이 되는 것이라고 나는 믿고 있습니다.… 나는 그와 같은 자부심이 우리나라 전국 방방곡곡으로 퍼져 나가기를 바랍니다.17
이렇게 해서 저소득 계층에게 내 집 마련의 꿈을 실현시켜준다는 그럴듯한 정책 비전이 제시되었고, 이들에게 집을 살 자금을 대출해줄 수 있도록 대출완화 방안들이 대대적으로 마련되었다. 그 시점은 인터넷 버블 붕괴 후 경제를 떠받치기 위해 새로운 버블 팽창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었다는 사실이 주목된다.
「세일러지음, 착각의 경제학, p572~573, ㈜위즈덤하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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