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경제

가격-정화(正貨) 플로우price-specie flow

휴먼스테인 2020. 7. 4. 03:31

전전(前戰) 금본위제에 대한 모든 논의의 확실한 출발점은 유명한 데이비드 흄David Hume의 분석이다.5 흄의 가격-정화(正貨) 플로우price-specie flow모델의 핵심은 정책 담당자들이 금본위제에 의지해 대외 불균형을 자동으로 제거할 수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상품 무역 적자를 기록하고 있고 초과로 수입한 상품 대금을 자국 통화로 지불하는 나라가 있다고 생각해 보자. 그 통화를 수취한 외국인은 다른 나라 통화를 사용할 이유가 없기 때문에 그 통화를 발행한 중앙은행에 가서 수취액을 그 나라의 금본위제법이 정한 비율로 금화, 즉 정화로 교환할 것이다.6 그들은 그렇게 얻은 금을 자국 중앙은행에 건네고 자국 통화로 교환할 것이다. 흄이 정교화한 모델에 따르면, 첫 번째 중앙은행에서 상환된 현금은 더 이상 유통되지 않으므로 그 나라 물가는 하락할 것이다. 상대국에서는 유통 현금이 증가하여 물가가 상승할 것이다. 국제시장에서 적자국의 경쟁력이 상승하여 그 나라 상품으로 지출 전환이 이루어지고 대외수지는 균형으로 돌아갈 것이다.

흄은 18세기 중엽 영국인의 시각에서 글을 쓰면서 당시 상황에서 적절해 보이는 금본위제 운영의 측면들을 부각시켰다. 영국에서 금화가 유통되고 은행의 금융 상황 관리는 크게 발전되지 않았기 때문에, 그는 금의 이동과 통화 공급 간의 밀접한 관계를 부각시켜 분석했다. 그 이후에 비해 은행 예금과 같은 현금 대체물이 아직 중요 하지 않았기 때문에, 흄은 물가 수준과 현금 및 금화 공급 사이의 밀접한 관계를 강조한 것이다. 재화 교역이 국제 거래의 대부분을 차지했기 때문에당시의 자본 이동은 아직 19세기나 20세기만큼 중요성을 띠지 않았다흄은 가격 변동이 무역수지에 미치는 영향을 강조했다. “국제수지에 관하여가 아니라 무역수지에 관하여

라는 글 제목에서 이 분석이 갖는 역사적 특수성이 드러나 있다.

환경이 크게 바뀌었는데도 흄의 가격정화 플로우 모델이 20세기 초까지, 150년 후에도 여전히 지배력을 잃지 않고 있었다는 사실은, 항상성 체계로서 흄의 금본위제 모델이 지닌 우아함 혹은 경제학자를 매혹시키는 우아한 이론의 능력을 가장 효과적으로 증언한다. 금화는 국내 유통에서 지배력을 이미 잃은 상태였다. 중앙은행이 만들어져 금화 준비금과 신용 상황 사이의 관계에 체계적으로 개입하고 있었다. 대기업과 담합 체계가 성장하여 지정 가격은 아주 간헐적으로만 조정되었으며 1차 상품 가격과는 근본적으로 다른 방식으로 가격이 움직이는 부문이 형성되어 있었다. 1860년대에 해외 은행이 런던에 설립되면서 국제 자본 이동이 때로는 국제 상품 이동을 왜소하게 만들 정도로 새로 중요성을 띠게 되었다. 그러나 이런 전면적인 변화에도 불구하고 흄의 무역수지 모델은 금본위제를 논의할 때 지배적 패러다임으로 남아 있었다.

「배리 아이켄그린, 황금족쇄(금본위제와 대공황, 1919~1939, 옮긴이: 박복영 p76-77, ㈜미지북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