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마뱀붙이가 만들어 내는 암컷 세상
도마뱀붙이의 하나인 레피도닥틸루스 루구브리스는 필리핀, 호주 및 태평양의 여러 섬에서 찾아볼 수 있다.
이 작은 도마뱀붙이는 이따금 태풍에 휩쓸려 날아가서 무인도에 떨어진다고 한다.
수컷이 그렇게 되는 경우에는 그 뒤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수컷은 죽고, 그 종은 섬에서 사라진다.
그런데 암컷이 그렇게 되는 경우에는 아직 어떤 과학자도 설명해 내지 못한 기이한 적응이 이루어진다.
레피도닥틸루스 루구브리스는 양성 생식을 하는 동물, 즉 암수의 결합에 의해 새로운 개체를 낳는 동물이다.
하지만 섬에 홀로 떨어진 암컷에게는 이내 생식 방법의 변화가 일어난다.
온 유기체가 변하여 혼자서 알을 낳을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 알들은 수정란이 아니지만 부화하여 새끼가 될 수 있다.
이렇게 단성 생식을 통해 생겨난 새끼들은 모두 암컷이다.
이 암컷들 역시 수컷의 정자를 받아 들이지 않고 알을 낳을 수 잇는 능력을 지니고 있다.
더더욱 놀라운 일은 최초의 어미에게서 나온 암컷들이 클론이 아니라는 사실이다.
유전자의 혼합을 통해 새끼 도마뱀붙이들이 서로 다른 특성을 갖게 하는 감수 분열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몇 해 뒤 태평양의 이 무인도에는 오로지 암컷으로 이루어진 도마뱀붙이들의 군집이 형성된다.
이 군집에는 아무런 결함이 없다. 개체들은 아주 정상적이고 크기와 색깔이 다양하다.
추기: 자발적인 단성 생식의 또 다른 사례가 최근에 상어에게서 발견되었다.
암컷 상어들이 수컷을 만난 적이 없음에도 알이나 새끼를 낳은 사례가 여러 건 보고된 바 있다
(2012년 두바이의 한 호텔에 있는 수족관에 혼자 갇혀 살던 암컷 점박이 상어가
4년 연속 새끼를 부화시킨 것이 대표적인 경우이다).
상어들이 4억 년 전부터 생존해 온 비결은 아마도 그렇게 홀로 번식하는 능력과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
상어들은 그런 변이의 능력이 없었던 다른 종들이 사라져 간 곳에서도 살아남았다.
에드몽 웰즈,『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제7권
(제5권의 해당항목을 샤를 웰즈가 수정하고 보충한 것임)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이세욱옮김,제3인류2,p81~82,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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