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너구리
유럽인들이 오스트레일리아에서 오리너구리를 발견한 것은 1798년22의 일이다.
당시 뉴사우스웨일스의 총독이었던 존 헌터는 그 표본들을 영국에 보냈다.
그 표본을 접한 박물학자들은 그것이 가짜 박제일 거라고 믿었다.
박제사가 비버의 몸통에 오리의 부리와 발을 꿰매어 붙였을 거라고 생각한 것이다.
그들은 봉합 자국을 찾아보았지만 그런 자국은 어디에도 없었다.
그들이 보기에는 오리너구리의 존재 자체가 의심스러웠다.
그도 그럴 것이 이 동물은 포유류의 특성(온혈, 유선, 모피)과
조류의 특성(부리, 알, 물갈퀴)을 아울러 가지고 있을 뿐만 아니라,
주둥이로 다른 동물의 움직임을 탐지하고 독침을 가졌다는 점에서 파충류의 특성까지 지니고 있다.
1800년에 독일의 동물학자 요한 블루멘바흐는 이 동물에 <오르니토링쿠스 파라독수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새의 부리(<오르니토>와 <링쿠스>는 각각 새와 부리를 뜻한다)를 가진
이 네발 동물의 역설적인 측면을 강조한 이름이라 할 수 있다.
오리너구리는 관찰하기가 쉽지 않다.
야행성인 데다가 사람들이 나타나면 곧바로 숨어 버리기 때문이다.
오랫동안 이 동물은 그저 모피를 얻을 수 있는 동물의 하나로만 알려져 있었다.
오리너구리가 난생동물이라는 사실 자체도 1884년에 이르러서야 확인되었다.
콜드웰이라는 학자가 오스트레일리아 남동부의 원주민들에게
오리너구리의 알이 들어 있는 둥지를 찾아보라고 독려한 끝에 마침내 몇 개의 알이 발견된 것이다.
오리너구리가 알을 낳는 광경이 실제로 목격된 것은 그 뒤로 수십 년이 더 지난 1943년의 일이다.
오스트레일리아의 한 연구소가 오리너구리를 인위적인 환경에서 사육하는 데 성공함으로써 그 장면을 관찰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것을 이 동물의 신비가 다 밝혀진 것은 아니다.
오리너구리는 아주 많은 점에서 우리를 놀라게 한다.
오리너구리는 물속에서 헤엄치기 편리하도록 네발에 물갈퀴가 있다.
그런데 뭍에 올라와서 이동할 때,
또는 바위가 많은 물기슭에 매달리거나 땅굴을 파기 위해 발톱을 사용해야 할 때는 이 물갈퀴를 접을 수 있다.
수컷의 발목에는 15밀리미터 길이의 침이 있는데, 이 침은 독샘에 연결되어 있다.
사람이 그 독침에 쏘이면 며칠 동안 사지가 마비될 수 있다.
오리너구리는 대부분의 시간을 물속에서 보내는 포유류동물 가운데 하나이고, 물속에서만 교미를 한다.
오리 부리처럼 생긴 기다란 주둥이는 잠수함의 탐지기와 같은 성능을 갖추고 있다.
눈과 귀는 부리 바로 뒤에 오목하게 파인 홈 안에 들어 있는데,
오리너구리가 물속에 잠기면 눈구멍과 귓구멍에 물이 들어가지 않도록 이 홈이 닫힌다.
그래서 앞이 보이지 않고 소리가 들리지 않게 되면, 오리너구리는 천연 레이더가 이끄는 대로 나아간다.
부리에 있는 감각기관을 이용해서 주위의 생명체가 일으키는 미세한 전기장을 감지할 수 있는 것이다.
오리너구리는 물속에서 안정되게 움직일 수 있도록 물이나 공기를 입안에 저장하여 밸러스트와 같은 효과를 낼 수 있다.
비버처럼 꼬리에 지방을 저장해서 필요할 때에 에너지원으로 사용하기도 한다.
이 납작한 꼬리는 물속에서 헤엄칠 대 방향타와 같은 구실을 하기도 한다.
오리너구리가 물속에 잠겨 들어가면 산소를 절약하기 위해 심장의 박동이 느려진다.
그래서 오리너구리는 11분 동안 무호흡 잠수를 할 수 있다.
22 일부 문헌에는 1797년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움베르토 에코『칸트와 오리너구리』4ᆞ5장 「오리너구리에 관한 진실」참조
에드몽 웰즈,『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제7권
어류, 파충류, 조류의 특성을 간직한 데다가 진화의 마지막 단계인 포유류의 특성까지 갖추었어요.
「그야말로 <완벽한> 동물이네.」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이세욱옮김,제3인류1,p418~422,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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