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리아반도 거주민의 종족적 통일성은 아무리 빨라도 “고려말에서 조선 초 성리학 보급으로 인한 지방엘리트들의 교육ㆍ가치관ㆍ생활양식의 동질화와 임진왜란 같은 ‘우리 모두’에게 가해진 처참한 공동의 역사적 시련”을 통해 이루어졌다.
조선문학 연구자 강명관에 의하면 조선시대인 다수가 제례와 상례를 생활의례로 받아들인 것은 임병양란 이후이고 그전까지는 불교적 의례와 유가적 의례가 충돌했다.
“민족주의가 농민을 프랑스인으로 만들었다”는 유명한 이야기는 여기에도 해당된다.
코리아반도에서는 조선 말 신분제 폐지와 일제의 침략으로 인한 저항적 집단의식의 발흥이 비로소 노비, 상민, 양반을 ‘조선인’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민족은 조선시대 말과 일제시대 초기에 생겨난 개념이고 의식이다.
그것은 일본이 서양의 내이션(nation)을 번역해서 들여온 개념에 기초한다.
19세기 말 독립협회나 만민공동회의 중심적 구호는 ‘민족’이 아니라 ‘충군애국’이었지만 거기에 이미 민족의식이 싹트고 있었으며 그것은 3ㆍ1운동에 와서야 왕조를 다시 세우려는 ‘복벽운동’을 포기하면서 보편화되었다.
「권혁범지음, 민족주의는 죄악인가, p24, 생각의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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