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철학 등

나라와 국가

휴먼스테인 2020. 5. 20. 00:33

자를 쪼개 보자.

는 둘레 곧 국경이다. 작은는 입 곧 인민이다. ‘는 창 곧 군대다. ‘는 땅 곧 영토다.

모두나라를 이루는 요소다.

그런데, ‘자에는 나라를 이루는 세 요소인인민·영토만 있고, ‘주권은 없다.

그래서을 중국에서는작은 나라(큰 나라는 邦), 제후 나라, 고향, …” 따위 뜻으로 쓰고, 일본에서도·구니라고 하되(대지), 나라땅·나라, 행정구역 단위, 시골, …” 따위 뜻으로 쓴다.

우리는나라라고 새기지마는, 중국과 일본에서는나라라는 말 구실을 제대로 못 하는 것이다.

할 수 없이, 중국에서는國家라는 억지말을 만들었다. 일본도 그것을 따른다. 뜻으로는나라가 아니라나랏집이다.

그럼에도 그들은국가토지·인민·주권의 세 요소를 갖추어야 하고, 그 중 하나라도 빠지면국가자격을 잃는다”(중문대사전)고 뜻을 매겨 억지로 쓰기로 했다. 답답한 나라들이다.

우리는나라라는 말을 자연스럽게 “①영토와 국민과 주권을 갖춘 사회. ②‘누리, 동산이라는 뜻으로, ‘꿈나라, 달나라, 별나라, 하늘나라들로 쓰고, 아무 불편이 없다.

그런데도 국어사전에는나라를 내세우거나국가를 내세우거나 한다. 어슬픈국가보다는 완벽한 토박이말나라를 쓸 일이다.

영국이나 미국에서는 컨트리(country)나 스테이트(state)를 쓰고, 그 밖의 나라들에서도 랜드(land)나 파이스(pais) 같은 말은 써도국가같은 것은 안 쓴다.

 

정재도/한말글연구회 회장

<한겨레 2004-08-08>

'인문학 > 철학 등' 카테고리의 다른 글

수의 문화사  (0) 2020.10.14
뻔뻔한 인디언(Indian Giver)  (0) 2020.06.26
민족은 조선시대 말과 일제시대 초기에 생겨난 개념이고 의식  (0) 2020.03.27
다양성 유지 전략  (0) 2019.05.25
영원불멸  (0) 2019.05.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