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경제

이기적인 정육점 주인과 탐욕스러운 빵집 주인(민영화 이론)

휴먼스테인 2014. 1. 9. 10:20

이기적인 정육점 주인과 탐욕스러운 빵집 주인(민영화 이론)

 

애덤 스미스가 정육점, 양조장, 빵집 주인에 관해 한 이야기에서 잘 나타났듯이

자유 시장 경제학은 모든 경제 주체가 이기적이라는 전제에서 출발한다.

그들은 탐욕, 이기심과 같은 인간의 가장 추악한 본성을

사회에 이롭고 생산적으로 바꾸는 것이 시장 시스템의 장점이라고 주장한다.

이기적인 본성 때문에 상점 주인들은 틈만 나면 바가지를 씌우려 들고,

노동자들은 일 안하고 농땡이 칠 기회만 노리며,

고용 사장들은 주주들에게 갈 이윤보다는 자신들의 월급과 특전을 늘리는 데 혈안이 될 것이다.

그러나 시장은 이런 행위를 완전히 없애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엄격하게 통제할 힘은 지니고 있다.

가까운 곳에 경쟁 상점이 있으면 상인은 바가지를 씌우지 못할 것이고,

자기 일자리를 다른 사람에게 빼앗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아는 노동자는 게으름을 피우지 않을 터이다.

또 주식 시장이 활발한 환경에서는 고용 사장들도 주주들의 돈을 떼어먹지 못한다.

이윤을 조금 남기면 주가가 떨어지고, 그러면 인수 합병 등을 통해서 자신의 일자리 자체가 위협받기 때문이다.

 

이런 면에서 공직자, 즉 정치인들과 정부 관료들은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의 논리가 쉽게 적용되지 않는 존재들이다.

시장원리에 따르지 않아도 되는 이들이 사리사욕을 챙기기 시작하면 효과적으로 제어할 방법이 별로 없다.

정치인들은 서로 경쟁을 하지만 어쩌다 하는 선거의 제어 효과는 미미하다.

따라서 국가의 이익을 희생해서 자신의 부와 권력을 늘리는 정책을 추진할 여지가 많아진다.

사리사욕을 채울 수 있는 기회는 직업 관료들이 더 많다.

정치인들이 선거구민이 원하는 정책을 추진하려 해도

실질적으로 그 일을 수행하는 직업 관료들이 정치인들 혼돈하게 만들어 자기 뜻대로 조정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 장관님>이라는 제목에서 시작해서 <, 총리님>이라는 후속편으로 장관이 총리가 된 후까지를 그린

BBC 코미디에서는 직업 관료와 정치인 사이의 이런 관계가 재치 있게 묘사되어 있다.)

한 가지 더 고려할 점은 정치인들과 달리 직업 관료들은 평생 고용은 아니지만

고용 보장이 잘 되어 있기 때문에 일의 진행을 지연시켜 명령을 내리는 정치인이 바뀌기를 기다릴 수도 있다.

이것이 바로 앞에서 언급한 일본 회의에 참가한 세계은행 경제학자들이 한 주장의 핵심이다.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은 이런 이유에서 정치인과 관료들이 경제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범위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관점에서 보면 탈규제와 민영화는 경제적 효율을 높일 수 있을 뿐 아니라

공직자들이 일반 대중을 희생해서 사리사욕을 채울 수 있는 기회를 최소화한다는 의미에서 정치적으로도 합리적인 길이다.

이른바 신 공공관리 학파(New Public Management School)’는 여기에 한술 더 떠서

정부의 운영 자체까지 시장의 힘에 맡겨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공공 서비스를 더 많이 외주로 돌리고, 공공 분야와 민간 분야 간에 인적 교류를 확대해야 한다는 것이다.

 

『장하준 지음,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김희정,안세민 옮김, p72~74,부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