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종교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종교전쟁은 특히 악명 높다.

휴먼스테인 2017. 5. 13. 23:10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종교전쟁은 특히 악명 높다.

 

로마인들이 오랫동안 관용을 거부했던 유일한 신은 일신교적이고 개종을 요구하는 기독교의 신이었다.

로마 제국은 기독교인들에게 신앙과 의례를 포기하라고 요구하지 않았다.

하지만 제국의 수호신과 황제의 신성에 경의를 표할 것을 기대했다. 이는 정치적 충성심의 선언으로 여겨졌다.

기독교인들이 이를 격렬하게 거부하고 화해를 위한 모든 시도를 거절하는 데까지 나아가자, 로마인들은 정치적 전복을 꾀하는 세력이라고 보아 박해로 대응했다.

이런 박해조차 주저주저하는 식이었다.

예수가 십자가에 매달린 지 3백 년 만에 콘스탄티누스 대제가 개종할 때까지, 다신교를 믿는 로마 황제가 기독교인을 박해한 사건은 세 차례를 넘지 않았다.

지역의 행정관과 총독이 자기들 나름으로 반기독교적 폭력을 일부 일으켰을 뿐이다.

3세기에 걸친 모든 박해의 희생자를 다 합친다 해도, 다신교를 믿는 로마인들이 살해한 기독교인은 몇 천 명을 넘지 않았다.

이와 대조적으로 이후 1,500년간 기독교인은 사랑과 관용의 종교에 대한 조금 다른 해석을 지키기 위해서 다른 기독교인 수백만 명을 학살했다.

16~17세기 유럽을 휩쓸었던 가톨릭과 개신교 사이의 종교전쟁은 특히 악명 높다.

관련자 모두가 예수의 신성 그리고 관용과 사랑이라는 그의 복음을 믿었지만, 그 사랑의 성격에 대해서는 의견을 달리했다.

신교도들은 하느님의 사랑이 워낙 크기에 성육신成肉身하여 세상에 화신해 기꺼이 고문과 십자가형을 받았으며 그로써 그분을 믿는 모든 사람을 원죄로부터 구원하고 천국의 문을 열어주었다고 믿었다.

가톨릭은 신앙이 필수이기는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보았다.

천국에 입장하려면 신자들이 교회의 의례에 참석하고 선행을 해야만 했다.

개신교도들은 보상으로 주어지는 천국행은 하느님의 위대함과 사랑을 경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하며, 가톨릭의 의견을 받아들이기를 거부했다.

천국행이 스스로의 선행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자신의 중요성을 과장하는 것이고, 예수의 십자가 고난과 인류에 대한 신의 사랑만으로는 충분치 않다고 암시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런 신학논쟁은 16~17세기에 매우 격렬해져서 가톨릭교도와 개신교도는 수십만 명이나 서로 살해했다.

1572 8 24, 선행을 강조하는 프랑스 가톨릭교들은 하느님의 인간 사랑을 강조하는 프랑스 개신교 공동체를 공격했다.

성 바르톨로메오 축일의 대학살로 불리는 이 공격에서 5~1만 명의 개신교도가 살해되는 데는 채 하루가 걸리지 않았다.

로마 교황은 프랑스에서 전해진 소식을 듣자 몹시 기뻐하며, 이 사건을 기념하기 위한 축하 기도회를 조직하고 조르조 바사리에게 명해 바티칸의 방 하나를 대학살에 대한 프레스코로 장식하게 했다(이 방은 현재 방문객 출입이 금지되어 있다).

이 하루 동안 기독교인이 살해한 기독교인은 다신교를 믿는 로마제국이 제국의 존속 기간을 통틀어 살해한 기독교인의 숫자보다 많았다.

「유발 하라리 지음, 사피엔스, p306~308,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