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울 카메러
헝가리 태생의 영국 작가 아서 케슬러는 어느 날 과학계의 사기행위에 관해서 책을 한 권 쓰기로 했다.
연구자들에게 물어보았더니, 과학계의 사기 사건 가운데 가장 딱한 것은
아마도 파울 카메러 박사가 연루되었던 사건일 거라고 알려 주었다.
카메러는 오스트리아의 생물학자였다.
그의 주요 발견들은 1922년에서 1929년 사이에 이루어졌다.
그는 언변이 뛰어나며 매력적이고 열정적인 사람이었으며,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자기가 살고 있는 환경의 변화에 적응할 수 있고
그 적응의 결과를 후손에게 전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 이론은 다윈의 주장과는 정반대였다.
카메러 박사는 자기 이론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기 위해 흥미로운 실험을 생각해 냈다.
그는 건조하고 추운 환경에 익숙해져 있는 산속의 두꺼비들을 잡아다가 물이 많고 더운 환경에서 살게 했다.
이 두꺼비들은 보통 뭍에서 교미를 하는데, 추운 곳에서 더운 곳을 옮겨 오자
시원한 물속에서 교미하는 것을 더 좋아하게 되었다.
수컷들은 물기 때문에 미끈미끈해진 암컷 위에서 미끄러지지 않기 위해
발가락들 사이에 검은색 돌기를 발달시키기 시작했다.
교접 돌기라 불리는 이 기관을 사용해서 수컷들은 물속에서 교미를 하는 동안에 암컷에 매달릴 수 있었다.
환경에 대한 이런 적응은 후손에게 전해져, 그 새끼들은 발가락 사이에 검은 돌기를 가진 채로 태어났다.
그러니까 이 두꺼비들은 수중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유전자 정보를 변화시킬 수 있었다는 얘기가 된다.
카메러는 산속에서 살던 두꺼비들에게 그런 식으로 교접 돌기가 생겨나는 것이
여섯 세대에 걸쳐 이어지는 것을 확인했다.
그는 전 세계를 돌며 자기 이론을 옹호했고 그 결과 상당한 성공을 거두었다.
그러던 어느 날 일군의 과학자들과 대학교수들이 다시 증거를 보여 달라고 그를 압박했다.
그 증명을 지켜보기 위해 대형 강의실에 많은 사람이 몰려들었다.
그중에는 기자들도 많이 섞여 있었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증거를 공개하기 전 날, 그의 실험실에 화재가 발생했다.
그의 두꺼비들은 단 한 마리만 빼고 모두 죽어 버렸다.
카메러는 유일하게 살아남은 그 두꺼비를 가지고 나와 검은 돌기를 보여 줄 수밖에 없었다.
과학자들은 돋보기를 들고 그 두꺼비를 살펴보다가 폭소를 터뜨렸다.
두꺼비 발가락 사이에 난 돌기는 검은 반점이었고,
그것은 살가죽 속에 먹물을 주입해서 인위적으로 만들어 낸 것임이 누가 보기에도 분명했기 때문이다.
사기가 폭로되자 강의실은 웃음바다가 되었다.
카메러는 야유를 받으며 강의실을 떠나야 했다.
그는 일거에 신뢰를 완전히 잃었고, 연구 업적을 인정받을 기회도 놓치고 말았다.
모두에게서 배척을 당하고 학계에서도 추방되었다.
다윈주의자들이 승리를 거둔 셈이었다.
그는 숲 속으로 달아나 입에 권총을 물고 자살했다.
그러면서도 간결한 글을 남겨, 자기 실험의 진실성을 재차 주장하고,
<사람들 속에서 죽느니 차라리 자연 속에서 죽고 싶다>라고 말했다.
그렇게 자살함으로써 실추된 명예를 회복할 기회마저 스스로 없애 버리고 말았다.
그런데 아서 케슬러는 『두꺼비의 교미』라는 책을 쓰기 위해 조사를 하던 중에 카메러의 조교였다는 사람을 만났다.
그 남자는 자기가 바로 그 사건의 장본인이라고 실토했다.
다윈주의 학자들 그룹의 사주를 받고 자기가 실험실에 불을 질렀으며,
교접돌기를 가진 변종 두꺼비들 가운데 마지막으로 남아 있던 놈을
살가죽 속에 미리 먹물을 주입해 놓은 다른 두꺼비로 바꿔치기 했다는 것이다.
에드몽 웰즈,『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제7권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이세욱옮김,제3인류1,p381~383,열린책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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