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사랑과 性

“처녀(virgin)”라는 단어는 사전에서 “순수(pure)”의 동의어로 나온다

휴먼스테인 2013. 12. 15. 09:53

역사를 돌이켜 보면, 특히 결혼 전에 성적 모험을 즐기거나 경험이 풍부하다는 것이 여성에게는 긍정적인 속성이 아니었다.

결혼 전에 성관계를 갖는 여자들은 더럽혀졌다고 간주되어, 결혼할 가망이 없었다.

물론 그녀들이 처녀 행세를 할 만큼 충분히 영리하지 못했을 때 얘기다.

반면에 혼인할 때까지 순결을 간직한 여자들은 존경스럽고, 고결하며, 신뢰할 수 있고, 더없이 순수하다고 여겨졌다.

실제로 처녀(virgin)”라는 단어는 사전에서 순수(pure)”의 동의어로 나온다.

처녀다운 것들은 오래전부터 깨끗하고, 훼손되지 않았으며, 더럽혀지지 않았고, 하얗다고 여겨져 왔다.

전통적으로 하얀색 웨딩드레스가 착용되며, “처녀설(virgin snow)”이란 말이 사용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올리브유조차 엑스트라 버진(extra virgin, 올리브유의 등급을 지정하는 용어-옮긴이)” 이란 말이 붙어 있으면 품질이 더 좋다.

여성의 처녀성은 사회적으로, 정신적으로, 심지어 정치적으로까지 귀중한 상품으로 간주되었다.

기독교『신약성서』의 마리아는 모든 시대를 통틀어 가장 유명한 처녀일 것이다.

동정녀 마리아는 섹스라는 더럽고, 죄 많은 짓을 하지 않고도 하느님의 아들인 예수를 낳았고,

그 특별한 능력으로 인해 기독교도 여성들에게는 순결의 전형이다.

그러나 비종교인들 사이에서조차 아내와 누이와 딸들의 처녀성은 남자들에 의해 아주 소중하게 여겨졌다.

귀족 계급은 순결한 딸을 시집 보내 혈통의 오염을 막는 방편으로 삼았다.

진화의 관점에서 보면 결혼 전에 여성의 성 활동을 통제해 처녀성을 지키는 것이야말로

남성이 자식들의 혈통을 보장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었다.

여성은 처녀성을 지킨 보답으로 결혼을 , 필요한 음식과 주거지와 사회적 지위를 얻었다.

좋은 신부감에게 당연히 따르는 이득이었던 셈이다.

여성들이 온전한 노동인력으로 사회에 참여할 수 있게 되기까지는 많은 경우 이것이 그녀들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안이었다.

 

결혼할 때까지 처녀성을 유지하는게 중요하던 상황이 적어도 서구사회에서 만큼은 바뀌었다.

한 연구는 미국인들이 1930년대부터 20세기 말까지 여성의 처녀성에 두었던 중요성의 변동 양상을 추적 조사했다.

1939년에 여성의 처녀성은 아내가 갖추어야 할 18가지 덕목 가운데서 열 번째로 중요했다.

1985년쯤 되면 처녀성의 중요도가 이 목록의 바닥으로 추락한다.

이후로 줄곧 처녀성의 순위는 그대로였다. 우리 연구에 참여한 여성들이 이런 변화상을 실증해 준다.

 

대학에 들어갔는데, 친구들 중에(섹스)경험이 없는 애가 아무도 없더라고요.

나도 알고 싶었죠. 세상 사람들이 다 섹스를 알고 있고, 그것 때문에 전쟁이 나고 사람까지 죽이는걸 보면 ……

호기심이 생겼어요. 섹스를 알아야 한다는 일종의 압박감까지 느낄 정도였습니다.

-이성애자 여성. 24

 

우리 연구에 참여한 많은 여성이 자신의 성애를 탐색하기 위해 기꺼이 순결을 버렸다.

여자들은 자신들이 빈번하게 섹스를 하는 이유가 그 경험을 원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섹스 기교와 체위도 시도해 보기를 원했고,

현행의 파트너가 아닌 다른 상대랑 하는 섹스는 어떨지 알고 싶어 했으며,

판타지를 실연해 보고 싶어 했고,

자신의 섹스 기술을 향상시키기를 원했다.

어떤 여자들은 그저 사람들이 왜 그렇게 호들갑을 떠는지 알아보고자 했고,”

다른 여자들은 명백한 호기심 속에서 섹스 행동에 나섰다.

자신의 성적 능력이나 다른 사람의 성적 능력이 궁금했던 것이다.

 

by Cindy M. Meston and David M. Buss, Why women have sex, p217~219,Cindy M. Meston and David M. Buss c/o Brockman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