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사랑과 性

배우자를 바꾸는 현명한 방법

휴먼스테인 2013. 11. 28. 03:07

 

배우자를 바꾸는 현명한 방법

 

뜻이 있는 곳에 길이 있다. 가정을 변화시키려는 뜻을 세운 사람에게는 그 길이 보인다.

나는 부부들을 대상으로 강의를 할 때마다 오늘 배운 내용을 배우자에게 가르치려 들지말라고 당부한다.

좋은 강의를 듣고 난 뒤, 집에 돌아가서 심각한 부부싸움을 벌이는 경우가 왕왕 있기 때문이다.

강의를 듣다 보면, 대개의 사람들이 잘 하면 배우자를 쉽게 고칠 수 있겠다고 여긴다.

그 날 배운 내용을 되뇌어 기억한 뒤, 집으로 달려가서 배우자를 앞에 두고 설교를 늘어놓는다.

자신이 배운 것을 토대로 배우자의 생각을 고치기 위해 일장 연설을 하다 결국 전쟁이 벌어진다.

 

이처럼 상대방을 무조건 고치려는 행동은 매우 부정적인 관계 방식이다.

네가 잘못되었으니 고쳐야 한다.’는 식의 태도는 상대방을 자극한다.

지금껏 고치라는 메시지를 끈임없이 보내더니 이제 지식까지 동원해서 들이밀면 배우자는 분노하게 된다.

 

배웠으면 너나 고치지 왜 나보고 고치라고 해.”

그래서 나는 강의 내용을 먼저 자신에게만 적용하라고 당부한다.

내가 변하면 관계 방식이 변하고, 그러면 연쇄적으로 배우자도 긍정적으로 바뀌기 때문이다.

일부러 배우자를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더라도 자연스레 변화가 일어난다.

대놓고 설교하고 다그치는 것은 어리석은 방법이다.

 

강의 중에 아버지학교에 대해 소개하면 아내들은 오늘 당장 남편을 아버지학교에 보내겠다고 말한다.

그러면 나는 정신이 번쩍 들어서 절대로 그렇게 하지 말라고 신신당부한다.

남자들은 어디 가서 좀 배우라고 하면 자신을 비난하는 것으로 판단하여 거부 반응을 일으키기 때문이다.

남자들은 인정받고 칭찬을 받으면 쉽게 움직인다.

그러나 비난하면 하고 싶던 것도 안 하겠다고 우긴다. 그러므로 전략이 필요하다.

 

한번은 어느 부부가 부부학교에 참석하게 된 과정을 이야기해주었다.

부부는 불화가 심해서 이혼까지 생각한 적이 있다고 했다.

도무지 말이 통하지 않는 심각한 상태였지만, 남편은 자기한테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어디 가서 배우자고 해도 남편은 배울 것이 없다며 거부했다.

 

이러한 남편의 태도에 아내는 작전을 하나 세웠다. 자신이 먼저 어머니학교에 등록한 것이다.

아내는 어머니학교에 참석하는 동안 화를 내는 대신 남편을 격려해주며 칭찬을 아까지 않았다.

속이 부글부글 끓을 때가 한두 번이 아니었지만, 남편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다그치지 말라는 강사의 말을 실천해갔다.

남편이 저녁 늦게 들어와도 힘들었겠다고 격려하고 아침에 해장국을 끓여주었다.

어머니학교에서 배운 대로 그동안 자신이 잘못했던 것을 남편에게 고백했다.

바뀐 아내의 태도는 완고하던 남편을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남편은 아내의 태도에 점차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고 한다.

급기야 한 달 후 남편은 스스로 아버지학교에 등록을 했다.

 

그렇게 시작된 긍정적인 변화에 부부는 참으로 오랜만에 행복을 느꼈고,

서로에 대해 더 배워야겠다는 욕심이 생겨 함께 부부학교에 등록했다.

아내의 현명한 전략이 결국 남편의 마음을 녹인 것이다.

 

처음에 아내가 저보고 아버지학교에 가라고 했을 땐 정말 싫었습니다.

그런데 아내가 먼저 배우면서 달라졌고 저에게 잘해주는 것을 보면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습니다.

아내가 아버지 학교에 가서 배우라고 계속 밀어붙였으면 아마 제 성격상 튕겨져 나갔을 겁니다.

그런데 오히려 부드럽게 변화하는 아내를 보면서 마음이 더 약해졌습니다.

그래서 여기까지 오게 됐습니다. 아내에게 고맙지요.”

 

남편은 오히려 아내에게 공을 돌렸다.

남편은 현재 다른 가정을 세우는 스태프로 봉사하며 자신의 긍정적인 경험을 나누고 있다.

이들 부부의 모습은 나그네의 옷을 벗긴 우화를 생각나게 한다.

강한 바람이 자신 있게 남자에게 다가갔지만 남자는 오히려 옷깃을 더 단단히 여미고 몸을 한껏 웅크렸다.

회피 성향이 강한 남자들을 몰아붙이면 더 회피적이고 방어적으로 변한다.

하지만 따뜻한 햇볕은 남자를 무장 해제시키고 옷을 벗게 만들었다.

심리학자인 존 고트먼은 부부 불화를 극복하려면 아내가 먼저 부드럽게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수전 존슨 교수도 공격하고 비난하면 방어적으로 변하지만

마음속에 있는 감정을 부드럽게 드러내면 남자들도 쉽게 다가온다고 설명했다.

 

결국 부부 관계를 결정하는 감정의 핵심은 친밀감에 대한 욕구욕구의 좌절로 인한 상처’,그리고 두려움이다.

 

1.친밀감에 대한 욕구를 표현해야 한다.

당신이 자꾸 피하면 나는 더 힘들어. 당신과 시간을 함께 보내고 싶고,

당신에게 의미 있고 소중한 사람이었으면 좋겠어.” 

이러한 욕구가 좌절되면 아내들은 분노하고 따지고 공격적인 태도를 취하게 된다.

공격적인 태도의 이면에는 친밀감에 대한 욕구가 숨어 있다.

부부치료 과정에서는 이를 밝혀서 서로 이해하게 해주고 표현하게 도와준다.

 

2.욕구 좌절에 대한 상처를 표현해야 한다.

당신이 곁에 있어주면 좋겠는데, 매번 당신이 술 마시고 늦게 들어오면 너무 힘들어,

당신에게 내가 소중한 사람이 아니라는 느낌이 들어. 당신이 나를 사랑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해서 외로워.

나와 조금 더 많은 시간을 보내주면 좋겠어.”

애착 대상과의 친밀감에 대한 욕구가 좌절되면 외로움에 빠지고 자신감을 잃게 된다.

이런 반응은 아이나 어른이나 똑같다.

친밀감에 대한 욕구가 좌절되면 아내는 이를 회복하기 위해 남편을 더욱 강하게 몰아붙인다.

 

3.두려움을 표현해야 한다.

당신과 멀어질까 봐 두려워. 당신이 나를 피하면 우리 관계가 깨질 것 같아서 힘들어. 당신과 관계를 회복하고 싶어.”

사람은 누구나 두려움을 느끼면 공격을 하거나 회피한다.

앞에서 여러 번 강조한 것처럼 부부 갈등으로 두려움이 생기면

대개 남편은 회피하고 아내는 공격적인 태도를 취한다.

이때 관계가 깨질까 봐 두려웠다는 자신의 감정을 부드럽게 표현하면 상대방이 다가가기 쉽다.

하지만 도망을 가거나 공격을 하면 상대방도 극단적인 행동을 하게 된다.

 

앞의 사례에서 아내는 이러한 남편의 성향을 잘 이용해 관계 회복을 이루었다.

부드러운 방식으로 다가가서 남편을 편안하게 해주었다.

물론 자신이 변화되어서 그랬던 것이 아니라 배움을 통해 선택한 행동이었다.

이때 남편이 알아야 할 것이 있다. 아내의 공격적인 행동 이면에는 애착 욕구가 있고,

남편과의 관계를 회복하고 싶은 마음이 있다는 사실이다.

설령 아내가 자꾸 몰아붙이더라도, 이는 남편과 친밀해지고 싶은 마음에서 비롯된 것임을 이해해야 한다.

아내가 화를 내고 우울할 때 남편이 먼저 용기 있게 대화를 시도한다면

아내도 그런 남편의 모습에 서서히 변화하기 시작할 것이다.

 

 

『박성덕 지음, 우리, 다시 좋아질 수 있을까, p252~255,지식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