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사회

내 행동보다 그 행동의 해석에 따라 상과 벌이 나누어진다고.

휴먼스테인 2022. 9. 28. 13:39

회사 생활하는 친구들에게 종종 들려주었던 내용이었다.

내 행동보다 그 행동의 해석에 따라 상과 벌이 나누어진다고.

[아래는 인용글]
중국의 한비자는 우화를 통해 말하였다.
미자하는 뛰어난 미소년으로 위나라 영공의 사랑을 받았다. 한창 정이 무르익던 때에, 미자하는 복숭아를 먹다가 그 맛과 향이 하도 좋아 한 입 깨문 복숭아를 그대로 영공에게 건넸다. 주위 사람들은 이 방자한 태도에 소스라치게 놀랐다. 하지만 영공은 미자하의 잇바디가 새겨진 복숭아를 치켜들며 감격하여 말하였다.
「오홉다, 이렇게 맛있는 복숭아를 혼자 먹지 않고 나를 주다니 참으로 충성스러운 마음이로다!」
눈먼 사랑이 방자무기한 행동마저 충정으로 느끼게 한 것이었다.

 

또 하루는 미자하가 성 밖에 사는 어머니가 위독하다는 전갈을 받고 밤늦게 병문안을 가게 되었는데, 경황 중에 영공에게 허락받는 일을 잊고 마음대로 마차를 몰고 나가게 되었다. 왕의 말을 다치게 하면 사람의 목숨이 달아나던 시절이었다. 하지만 영공은 이마저도 좋게만 해석하고 평가하였다.
「함부로 군주의 수레를 타면 족참에 처해짐을 알면서도, 병든 어머니를 위문하기 위해 깊은 밤을 달려간 미자하의 효심은 과연 알아줄 만한 것이로다.」


영공은 만나는 사람마다 붙잡고 미자하의 충성심과 효심을 자랑하기에 바빴다.

그러나 시간은 어김없이 흘러 미자하의 곱던 얼굴에도 주름이 접히고 잡티가 돋았다. 스러져 가는 미모만큼이나 영공의 사랑도 빠르게 식어 갔다. 어느 날인가 궁원의 뜰을 거닐던 영공의 시야에 비척거리며 지나는 미자하의 모습이 들어왔다. 불쑥 역정이 솟구치어 영공은 소리를 질렀다.
「허어, 어찌하여 저놈이 아직도 내 눈앞에 얼쩡대는가? 저놈은 군주인 나에게 먼저 올리지 않고 제가 먹다 남은 복숭아를 준 불충하기가 둘도 없는 놈이로다. 어디 그뿐이랴? 언젠가는 제 어미가 병이 들었는데 감히 군주의 수레를 멋대로 타고 나간 시건방지기가 천산의 원숭이 같은 놈이다. 내 이런 놈을 벌주지 않고 누구를 벌주겠는가?」
영공은 제 분에 겨워 불뚝거리다 마침내 미자하에게 지난 죄를 물어 중벌을 내렸다.


『김별아지음,김별아 장편소설 미실, p204~206,문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