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르시시스트의 대화 방식
살다 보면 모든 대화를 결국에는 자기 자신에 대한 대화로 만들어버리는 사람들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당신은 당신의 하루에 대해서 이야기를 시작했는데, 어느 순간 그의 하루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거죠.
당신: 오늘 텔레비전에서 재밌는 프로를 봤는데 프랑스에 있는 성당에 관한 것이었어.
그: 아, 나도 그거 봤어. 내가 작년에 몇 달 동안 프랑스에서 살았던 거 알아?
당신: 진짜?
그: 그럼! 거기에 계약 건이 하나 있었거든. 프랑스 사람들은 확실히 joie de vivre 가 있더라고.
이런 식으로 당신은 당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에 대해, 프랑스에 가서 계약도 하고 프랑스어도 할 줄 아는 그가 얼마나 멋진지에 대해 이야기 하게 됩니다. 나르시시스트들은 이처럼 남들과 대화하는 동안에 자신을 잘 드러냅니다. 대화를 통해서 자신이 힘 있고 성공했으며 중요한 사람 인 듯 보이게 하고 본인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고 싶어 하는 것이지요 그들은 또 (뭔가 원하는 것이 있을 경우가 아니라면) 자신이 상대방의 대화 주제에 관심이 없다는 것을 대놓고 드러내기도 합니다. 아니타 반젤리스타 교수와 동료 연구진은 연구를 통해 나르시시스트들이 대화 중에 사용하는 여러 전략들을 밝혀냈습니다.
● 잘난 체하고 뽐내기
● 대화 주제를 자기 쪽으로 돌리기
● 과장되게 손짓을 하고 큰 소리로 말하기
● 따분함을 나타내기
잘난 체하고 뽐내는 것은 쉽게 드러납니다. 무하마드 알리는 자기 자신이 얼마나 위대한지를 말하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했습니다. 또한 여러분이 듣는 많은 랩 음악들은 자기 자랑으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내가 최고야’ 혹은 ‘내가 다른 사람보다 더 똑똑해’ 같은 말들은 다 자신이 얼마나 잘난 사람인지 나타내고자 하는 말들이죠.
보다 미묘하고 알아차리기 어려운 형태로 잘난 체를 하는 것도 가능합니다. 때로는 이러한 방법이 더 효과적이기도 하죠. 앞에서 본 대화가 그 좋은 예입니다. 자신이 프랑스에서 살았다는 것과 다른 국가에서 계약을 진행할 만큼 중요한 사람이라는 것, 고급 프랑스어를 할 정도로 똑똑하고 고상하다는 것을 은근슬쩍 대화에 끼워 넣는 겁니다.
티나지 않게 자랑하는 기술.
나르시시스트들이 잘 쓰는 기술 중 하나는 유명 인사의 이름을 살짝 흘리며 마치 잘 아는 사람인 양 들먹이곤 하는 겁니다. 그럼으로써 자신이 권력 있고 유명한 사람들과 줄이 닿아 있음을 과시하는 것이지요. 이와 비슷한 기술로 자기가 갔던 여행지들을 말하는 것이 있습니다. 몇 달 전에 어느 여성 분과 함께 식사할 일이 있었습니다. 이 분은 밥 먹는 내내 자신이 갔던 유명한 식당들, 여행지들, 거기서 마셨던 값비싼 포도주들의 이름을 읊어 댔죠. 그녀의 목표는 불에 살짝 볶은 양고기나 프랑스산 포도주에 대한 사랑을 저와 나누려는 게 아니었습니다. 단지 이 모든 것을 다 아는 자신의 고상함으로 저에게 깊은 인상을 남기고 싶었던 것뿐입니다.
또 다른 기술로 ‘내가 한 수 위' 기술이 있습니다. 다소 무례한 방식으로 상대방을 짜증나게 하는 기술이죠. 기본적으로 다른 사람보다 뭐든 더 잘났다고 말하는 것입니다. 한번 보시지요.
당신: 나 이번에 성과급 받았어. 다 합치면 올해 연봉이 거의 1억은 되는 것 같아.
그: 아, 그래? 나는 이미 몇 년 전에 1억 넘게 받기 시작했는데.
이런 식의 대화는 상대방을 미친 듯이 짜증 나게 하지만, 남 위에 군림하고자 하는 나르시시스트의 욕구는 훌륭하게 충족시켜줍니다.
나르시시스트들이 잘 사용하는 또 다른 기술로는 대화의 주제를 바꾸는 것이죠. 앞서 말씀드렸던 프랑스 성당에 관한 대화가 실은 이 기술의 좋은 예입니다. 물론 이 기술의 관건은 얼마나 스리슬쩍 대화의 초점을 돌리느냐입니다.
너무 대놓고 주제를 돌리면 상대방이 눈치 챌 테니까요. 이 기술이 갖고 있는 큰 장점은 웬만한 사람들은 자신에게 관심을 보이는 것으로 착각하게 한다는 겁니다. 나르시시스트는 자신이 시작한 주제로 계속해서 대화를 이어갑니다. 하지만 상대방에 대한 관심처럼 보이는 대화는 어느 순간 나르시시스트에 관한 대화로 탈바꿈하게 되죠.
당신: 오늘 직장 상사하고 다퉜어.
그: 힘들었겠네.
당신: 그랬지. 진짜 나쁜 사람이야.
그: 직장에서의 의견 충돌은 힘들지. 나도 어떤 건지 잘 알 것 같아. 예전에 마케팅 부서를 담당할 때
나도 부하직원하고 여러 번 다툴 뻔 했어.
당신: 무슨 일이 있었는데?
이런 식입니다. 당신에 관한 대화가 이렇게 그에 대한 대화로 슬쩍 넘어가는 것이지요. 하지만 당신은 여전히 그가 당신에 대해 관심을 갖고 마음을 쓰고 있다고 착각할 수 있습니다. 앞서 든 예의 경우 대화의 주제를 바꾸는 것이 아니라 단지 대화의 초점만 바꿈으로써, 당신에게는 당신에 관한 대화를 하고 있다는 환상을 주는 동시에 자기 자신에 대한 대화를 하는 겁니다. 참으로 기발한 방법이지요.
「키스 캠벨 지음ㆍ박선웅옮김, 여자는 왜 나쁜 남자에게 끌리는가, P. 105-109, 도서출판 갈매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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