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사랑과 性

마마보이와 공주병

휴먼스테인 2017. 6. 30. 06:32

마마보이가 탄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어요.

사랑받지 못한 아내가 자식을 통해 보상받으려 할 때 자식을 그렇게 키우지요.

혹은 엄마 스스로 귀부인인 경우도 있어요. 시대의 영향도 좀 있습니다.

사실은 부모들이 고학력이 되고 경쟁도 심화되니까 자식을 세상에 내놓기까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지요.

세계적인 현상인데, 우린 마마보이라고 하지만 미국은 헬리콥터 맘이라고 하지요.

결혼하고 나서 헬리콥터처럼 자식 주위를 계속 맴돈다고.

이탈리아는 엄마가 밥상을 계속 차려 준다고 맘모네라고 그럽니다.

호주도 있어요, 캥거루족. 엄마 배에서 안 나온다고.

캐나다에서는 부메랑 키즈라고 합니다.

부메랑처럼 부모한테 다시 돌아온다고.

영국에서는 ‘MF펀드족이라고 합니다. 마더 파더 펀드족.(청중 웃음)

 

사실 일정 정도는 흔히 말하는 신자유주의 덕분에 패자부활도 안 되고, 승자가 독식하는 사회가 만들어 내는 부분도 있지요. 그래서 점점 사람들이 초식동물처럼 사는 거지요. 초식동물이라는 게 사자하고 싸워서 이기려고 모여 있는 게 아니지요. 걔들이 모여 있는 이유는 맨 뒤에 처진 한 명만 잡아먹히면 자기는 안전하기 때문에, 다들 꼴찌만 안 하면 되기 때문이지요. 그래서 모여 사는 겁니다. 그것처럼 사람들이 꼴찌를 하지 않으려고, 낙오하지 않으려고, 뒤처지지 않으려고, 남들만큼은 가려고 사교육을 시키는 거예요. 자기 자식들이 천재라서 시키는게 아니고, ‘뒤에 처지지 말고 대충 줄 맞춰 가라그렇게 사는 거지요. 그 과정에서 마마보이들이 탄생합니다.

마마보이와 쌍벽을 이루는 게 공주병이지요. 공주들의 엄마는 두 가지 유형이 있습니다. 엄마가 과거에 공주였거나, 엄마가 과거에 하녀였거나. 자신이 공주였던 여자는 딸에게 자기를 보여줍니다. 딸이 자기 분신이지요. 하녀였던 여자는 공주가 아니었던 게 한이 돼서 딸을 공주로 만들어 보상받고 스스로 하녀가 되지요. 왜냐면 공주에게는 하녀가 필요하니까. 그래서 마마보이는 엄마의 여인이고, 공주는 엄마의 분신이에요.

여자의 입장에서 주의해야 할 건 마마보이인데, 마마보이를 구분하는 간단한 방법이 있습니다. 연애할 때 남녀 간에 갈등이 일어났어요. 그 갈등을 엄마가 알고 있으면 남자가 마마보이입니다.(청중 웃음) 원래 남자들은 자기 연인의 약점을 감추려고 합니다. 당연하지요. 엄마가 뭐라 그러면 화를 냅니다. “걔는 그렇지 않아.” 그러나 마마보이는 정반대입니다. 엄마가 다 알고 있고 엄마가 대신 화를 냅니다. “너 우리 철수한테 그랬다면서!” 자기들이 싸운 사연을 남자의 엄마가 알고 있으면 즉시 버리세요. 격리해야 해요.

 

「김어준 지음, 내가 걸은 만큼만 내 인생이다(김어준), 한겨레출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