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가 뭐가 그렇게 좋을까?
적어도 농업혁명 이후부터 대부분의 인간사회는 남자를 여자보다 더 높게 평가하는 부계사회였다.
한 사회가 남자와 여자를 무어라고 규정하든, 남자가 되는 편이 언제나 더 나았다.
부계사회는 남자에게 남성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가르치고 여자에게는 여성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라고 가르친다.
감히 남녀를 구분 짓는 경계를 넘는 사람은 예외 없이 처벌하지만, 가르침을 따르는 사람에게 동등하게 보상하지 않는다.
남성적이라고 평가받는 속성들은 여성적이라고 평가받는 속성에 비해 더 높은 가치를 부여받고, 여자다움의 이상을 구현한 구성원은 남자다움의 이상을 구현한 구성원에 비해 얻는 것이 더 적다.
여성의 건강에 투자되는 자원은 더 적고, 여성은 경제적 기회도 정치권력도 이동의 자유도 더 적게 지닌다.
젠더는 이상한 경주와 같아서, 어떤 주자들은 아무리 경쟁해봐야 겨우 동메달만 딸 수 있다.
물론 알파의 지위까지 올라간 여성이 한 줌 있기는 했다.
이집트의 클레오파트라, 중국의 측천무후(기원후 700년), 영국의 엘리자베스1세……하지만 이들은 규칙의 존재를 증명하는 예외에 해당한다.
엘리자베스 여왕의 치세였던 45년 내내 모든 위원들은 남자였고, 육군과 해군의 모든 장교는 남자였고, 모든 판사와 변호사, 주교와 대주교, 신학자와 사제는 남자였으며, 모든 의사와 외과의사, 모든 대학과 칼리지의 학생과 교수도 남자였고, 모든 시장과 주 장관, 거의 모든 작가, 건축가, 시인, 철학자, 화가, 음악가, 과학자도 남자였다.
가부장제는 거의 모든 농경 및 산업 사회에서 표준이었다.
가부장제는 정치적 격변에도, 사회적 혁명, 경제적 대변화에도 끈기 있게 버텨냈다.
예컨대 이집트는 수십 세기에 걸쳐 수없이 많이 정복 당하여 아시리아, 페르시아, 마케도니아, 로마, 아랍, 맘루크, 터키, 영국에게 점령당했지만, 이집트 사회는 늘 가부장제를 유지했다.
이집트는 파라오의 법, 그리스 법, 로마 법, 무슬림 법, 오토만 제국 법, 영국 법의 통치를 받았지만, 이 모든 법은 ‘진정한 남자’가 아닌 다른 모든 사람을 차별했다.
가부장제는 너무나 보편적이기 때문에, 우연한 사건에 의해 촉발된 모종의 악순환의 결과일 수가 없다.
심지어 1492년 콜럼버스의 미 대륙 상륙 이전에도 미 대륙과 아프로아시아의 대부분이 가부장제 사회였다.
이전 수천 년간 두 대륙이 전혀 접촉하지 않았는데도 말이다.
만일 아프로아시아의 가부장제가 우연히 발생한 것이라면, 아즈텍과 잉카는 왜 가부장제란 말인가?
‘남자’와 ‘여자’의 정확한 정의가 문화마다 다를지라도, 거의 모든 문화가 여성성보다 남성성을 가치 있게 여기는 데는 모종의 보편적인 생물학적 이유가 존재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
그 이유가 무엇인지 우리는 모른다.
수많은 이론이 있지만, 설득력이 있는 것은 없다.
「유발 하라리지음, 사피엔스, p223~224, 김영사」
'인문학 > 사랑과 性'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마마보이와 공주병 (0) | 2017.06.30 |
---|---|
신체적 기량과 사회적 권력 사이에 반비례 관계가 성립하는 경우가 흔히 있다. (0) | 2017.03.26 |
생물학적 性과 사회적 性 (0) | 2017.03.24 |
좋은 엄마라면 반드시 여러 남자들과 성관계를 하도록 애를 쓰게 마련이다 (0) | 2016.12.18 |
사랑이 주는 최대의 행복은 (0) | 2016.10.31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