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심리학자 스틴저는 “사람은 무의식적으로 적의 정면에 앉으려는 습성을 지니고 있다”고 말했다.
어떤 공간에서 자신이 앉을 자리를 결정할 때 예전에 입씨름했던 사람이나 감정적으로 대립하고 있는 사람과 마주한 위치에 앉을 가능성이 크다는 것이다.
즉 정면에 앉는다는 것은 상대를 공격하겠다는 일종의 신호인 셈이다.
그러므로 빈자리가 있음에도 굳이 자신의 맞은편에 앉는 사람은 예의 주시해야 한다.
경찰이나 프로파일러가 용의자나 범인과 면담할 때 원탁에 앉거나 옆에 두고 이야기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그들로부터 원하는 정보를 얻어내기 위해 치열한 심리전을 치러내야 하는 상황에서
그들은 모두 마주 본 상태에서 서로를 견제하며 설득하는 사람과 설득당하는 사이의 역할을 오간다.
반대로 상대방의 공감을 얻어내야 할 경우에는 상대의 시선에서 가장 오른쪽 자리에 앉는 것이 유리하다.
심리학자 니스베트는 실험을 통해 이를 증명했다.
그는 같은 소재와 색상의 스타킹 4켤레를 가지런히 늘어놓은 뒤 사람들에게 마음에 드는 것 하나만 선택할 것을 요청했다.
이때 대부분의 사람들이 가장 오른쪽에 있는 스타킹을 선택했다.
이 결과는 인간은 주로 왼쪽 뇌가 발달되어 있다는 사실과 연관 지어 설명할 수 있다. (이는 오른손잡이, 오른발잡이에 영향을 주는 것이기도 한다).
그래서 사물을 관찰할 때도 자연스럽게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시선을 옮기며 가장 오른쪽에 있는 물건을 마지막에 판단한다.
이때 ‘친근 효과’라는 것이 작용해 오른쪽에 있는 대상을 호의적으로 판단한다.
‘친근 효과’는 낡은 정보보다 새로운 정보가 오래 기억에 남으면서 그것이 실제보다 중요한 것으로 여겨지는 현상을 말한다.
신문이나 잡지의 지면광고에서 왼쪽보다 오른쪽 지면의 비용이 비싼 이유도 독자들의 시선이 그곳에 더 오래 머물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대에게 자신이 중요한 사람이라는 사실을 인식시키기 위해 가능한 그의 시선이 가장 오래 머물 가능성이 높은 오른쪽 자리에 앉도록 한다.
상대가 빚을 진 것처럼 느끼게 만들어라
조금은 다른 방식이지만 상대방이 나에게 빚을 진 것처럼 느끼는 방법도 매우 효과적인 설득방법이다.
우리는 누군가가 자신에게 호의를 베풀면 그것을 갚아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고 있다.
친구로부터 생일선물을 받으면 그 친구의 생일에 생일선물을 해준다거나,
연말에 크리스마스카드를 받으면 즐거운 마음으로 크리스마스카드를 답신하는 것이 그것이다.
“상호성의 법칙‘이라 불리는 이 생각은 상대를 설득하는 막강한 기술이다.
수많은 기업들이 사용하는 공짜 샘플 마케팅 역시 상호교환의 법칙에 흔들리는 소비자의 모습을 이용한 것이다.
공짜 샘플은 기업이 자신의 제품을 시장에 소개할 목적으로 잠재 소비자에게 무료로 제공하는 소량의 제품을 말한다.
이 마케팅 도구를 받아든 소비자는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상호성의 법칙이라는 덫에 걸려든다.
마케팅 심리학자인 밴스 패커드는 자신의 저서인 《숨은 설득자들 The Hidden Persuaders》에서 다음과 같이 밝혔다.
“인디애나 주의한 수퍼마켓 주인은 자신의 가게 앞마당에 다양한 치즈들을 진열했다.
그리고 수퍼마켓을 방문한 고객들을 대상으로 원하는 만큼 공짜로 시식할 것을 제안했다.
그날 그가 판매한 치즈의 양은 무려 1,000파운드에 달했다. 공짜샘플의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상호성의 법칙이 상대를 설득하는 심리수단으로 작용하는 이유는 언제든 어떤 상대라도 가장 성공률이 높기 때문이다.
이 법칙을 이용해 상대를 일종의 빚을 진 형태로 만들면 평소에는 불가능한 제안도 비교적 쉽게 승낙한다.
설사 나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상대나 서로의 입장을 고수하는 게 우선인 협상테이블에서도 그들에게 어떤 요청을 하기 전에
먼저 작은 호의를 베푼다면 어렵지 않게 그들의 승낙을 얻어낼 수 있다.
한 실험결과에 의하면 기부금을 호소하는 간단한 우편물을 보낼 경우 평균 18%만이 답장을 보내오지만,
우편물에 작지만 뜻밖의 선물은 넣어 보냈을 때에는 거의 두 배에 가까운 35%가 기부금을 내겠다는 의사를 전달해왔다고 한다.
이를 두고 프랑스의 인류학자 마르셀 모스는 “인류 사회가 선물을 주고받는 과정에는 세 가지 종류의 의무가 있다.
그것은 선물을 주어야 하는 의무, 선물을 받아야만 하는 의무, 그리고 받은 선물에 언젠가는 보답해야 할 의무다”라는 말을 남겼다.
우리는 어려서부터 빚을 진다는 것을 불쾌하게 느끼도록 조건화되었다.
때문에 남에게 빚을 졌다는 생각이 들면 가능한 빨리 그런 상태에서 벗어나고자 한다.
이러한 상호성의 법칙은 대부분의 관계에 통용되지만 가족이나 친한 친구 등과 같은 장기적인 관계에서는 큰 효과를 보기 어렵다.
그러나 실리관계를 엄격히 따지는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상대방에게 영향력을 행사하는 매우 유용한 수단이다.
「표창원, 숨겨진 심리학,p47,토네이도미디어그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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