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고라
영화보기전에 읽어두면 도움이 되는 글[No spoiler]
철학과 신학이 싸우면 누가 이길까?
예수 이전 그리스시대에 플라톤 아리스토텔레스 and 소크라테스 등 이름만 들어도 쟁쟁한, 그리고 지금도 이 이름이 낯설지 않다는 것은 우리가 영향을 계속 받고 있다는 뜻일 것이다.
그러다 예수 이후 기독교라는 종교가 지하에서 명맥을 유지하다가 313년에 밀라노 칙령을 통해 로마 제국에게 합법적 종교로 승인을 받는다.
그러면서 신학 그 중에서도 가장 인류에게 영향을 크게 미친 기독교는 처음에 철학의 영향을 절대적으로 받다가 합법적 종교로 신분이 바뀌면서 끊임없이 철학 위로 올라 갈려고 했다.
그 결과 1,000년 넘게 중세 암흑시대가 열렸고 종교개혁과 동시에 르네상스시대가 열리면서 다시 철학이 기독교의 사슬을 끊고 독자 학문으로 발전해 갔다.
이 후 많은 철학자들의 반기독교 철학이 계속 쏟아져나왔다.
그러다가 찰스 다윈의 진화론에서 기독교는 거의 KO직전까지 갔다.
결국 현재에 와서 기독교가 철학 위에 있다고 믿는 것은 본인들만 그렇고 철학에서는 신학을 하위 카테고리의 하나 정도로 취급하는 실정이다.
미투!!
철학과 신학중에 결국은 누가 이겼냐고? 제 3자인 과학이 세상을 평정했다.
신학은 지금도 철학한테는 가끔 짖기도 하는데 과학한테는 완전히 꼬리를 내리고 자기들끼리 성경내용만 외치고 있는 실정이다.
사실 카톨릭에서는 1900년초(정확한 날짜와 시기는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이미 유신론적 진화론을 맞다고 발표하지 않았나?
졌다고 인정하는 셈이다. 그러나 이런 카톨릭의 모습은 나에게는 긍정적인 모습으로 보인다.
역시 깊은 철학위에 세워진 신학의 위엄이라고나 할까?
개신교는 철학의 부재, 각종 교파의 갈라짐과 견제, 교회성장의 무리수로 인한 황폐함 등 종교의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다보니 여러 외부요인들에 대해 신경 쓸 틈이 없을 것이다.
여하튼 기독교가 핍박 받을 때는 진정한 종교성을 띄지만, 물론 타 종교 역시 세력이 약할 때는 진정성을 보이는 현상이 똑같이 나타나긴 한다.
그러나 세력이 강해지면 바로 광기의 종교로 변하고 타종교를 배척하고 심지어는 죽이는 것을 서슴치 않게 된다.
이 영화는 처음 기독교가 세력을 얻기 시작할 때의 시대상이 배경이다.
콘스탄티누스 황제가 기원 313년에 기독교를 공인하고
흑해입구 콘스탄티노플로 천도한 뒤 테오도시우스 황제가 기독교를 로마제국의 국교(392)로 했을 때이다
사랑이 종교의 모토인 이 기독교가 세력을 얻자마자 제일 먼저 한 일들이 이 영화에 잘 나타난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천재 천문학자이자 철학자인 ‘히파티아’에 관한 이야기다
17세기에 이르러서야 지구가 태양주위를 타원형 형태로 돈다는 것이 알려졌는데 무려 1,200년전에 이미 이것을 입증한 진정한 천재학자였다.
‘알레한드로 아메나바르 감독’은 아마 이 여학자와 기독교의 충돌을 철학과 신학의 충돌로 연결 한 게 아닌가 싶다.
또한 중간 중간 갑자기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의 모습을 비춰준다.
이 장면은 우주에서 바라 볼 때 점 하나도 안 되는 작은 행성에서
어떤 사상을 가지고 서로 죽이고 죽이는 것이 얼마나 우습나를 보여주는 장면으로 보인다.
또한 감독이 요구하는 것은 관객들이 영화스토리에 몰입하기를 원치 않고 있다는 것이다.
첫 오프닝 시퀀스에서부터 우주 장면으로 시작하더니 중간 중간 갑자기 우주가 나온다.
우주를 비추는 장면이 나오면 당연히 영화의 흐름이 끊기게 된다.
이 영화를 제3자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보기를 원하는 것이다.
또 하나의 인상 깊은 장면은 서로 죽고 죽이고 할 때 촬영을 부감으로 했다는 것이다
부감이란 위에서 아래를 내려다 보면서 찍는 장면인데
여러 의미로 찍고 있지만 이 영화에서는 3자의 객관성을 유지하기 위해 찍었다는 것이 명백하다.
이 부감장면을 찍기 바로 전에 개미들이 움직이는 장면을 먼저 보여준다.
즉 개미들 역시 그 안에서 서로 싸우기도 하고 죽이기도 하고 질서를 만들기도 할 것이다. 그러나 그 무엇이 되었든 인간들이 볼 때는 정말 하찮게 보이는 것이다.
이 장면 다음으로 나오는 것이 바로 인간들의 혼돈과 무질서의 장면들이다.
이 영화 아주 매력적인 작품이고 아마 평생 잊지 못할 영화로 기억될 것이다.
'인문학 > 영화' 카테고리의 다른 글
The Cabin in the woods (0) | 2015.05.17 |
---|---|
약장수 (0) | 2015.05.14 |
스물 (0) | 2015.05.08 |
Still Alice (0) | 2015.05.07 |
블랙 레인 (0) | 2015.05.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