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영화

나를 찾아줘(Gone Girl ,2014)

휴먼스테인 2014. 12. 22. 12:23

외국 영화를 볼 때는 꼭 참고하는게 있다.

원제가 무엇인지.

한국에서 개봉할 때 생각없이 번역해서 제목을 다는 바람에 영화의 맥이 끊기는 느낌을 많이 받기 때문이다.

그러나 반대로 아주 가끔 원제보다 번역제목이 더 감칠맛 나게 또는 아주 포괄적의미를 잘 담아서 나오는 경우가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나를 찾아줘'이다

원제는 'Gone Girl'이니 우리말로 하면 '사라진 그녀'정도 되겠지만

이 영화를 다 보고 나면 '나를 찾아줘'가 왜 잘 지었는지 알게된다.

내용을 전혀 모르고 본 상태에서, 초반에는 뭘 말할려고 하는건지 모르겠다가

저 남자 지 마누라가 사라졌는지 죽었는지 모르는데도 표정이 좋은건지 슬픈건지 오묘하길래 이상한 영화일세 하면서 보다가 ‘헉’ 하면서 봤다.

나머진 스포일러가 있어서 여기까지!

‘헉’  

참고로 이 영화는 스릴러가 아니고 우화라고 봐야 이해가 빠르다

데이비드 핀쳐라는 감독의 디테일한 성격에 비해 헛점들이 너무 많다

그러나 이솝우화 같은 이야기를 보면 말도 안되는 얘기들이 전부다이다

거기서는 이야기의 전개가 맞냐 틀리냐가 아니고 여기서 뭘 말하려고 하느냐 하는 핵심을 찾아야 하는 것처럼 말이다.

이 영화는 결혼제도의 문제점을 스릴러 형식으로 풀어낸 아주 잘 만든 영화이다.

브래드 피트와 안젤리나 졸리 실제부부가 나온 미스터 & 미세스 스미스를 보면 둘이 주방에서 싸우는데 온갖 무기들을 다 동원해서 서로 쏘고 부수고 한다. 저러다 죽지 싶을정도로.

그러다 이 영화가 블랙코미디인것처럼 사실 그렇게 총들고 싸우는 부부가 어디 있나 싶겠지만 많은 부부들은 총싸움보다 더 무섭게 언어폭력, 물리적폭력으로 싸운다.

같은 의미로 보면 빨리 이해가 된다.

결혼제도의 문제점!이 영화에 대한 글인데 하도 잘 쓰셔서 허락없이 퍼왔습니다.(아래 글 스포일러 포함)

http://blog.naver.com/lucas0213/220167741118 에서 퍼온 글

 

<나를 찾아줘>에서 결혼 5주년 기념일 아침에 갑자기 사라진 에이미(로자먼드 파이크)의 일기장에 이런 글귀가 적혀 있었다. "모두가 우리에게 결혼은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무엇이든 양보하고 이해해야 한다고."
굳이 그녀의 말이 아니더라도 결혼을 해본 사람은 다 안다. 결혼이 얼마나 어렵고 힘든 일인지를. 특히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는 부부에게 결혼생활은 가끔 끔찍한 지옥이 되기도 한다. <나를 찾아줘>는 그렇게 결혼생활이 지옥이 되어버린 한 부부의 이야기임을 미리 밝혀둔다. 아니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스릴러물이지만 사실 <나를 찾아줘>는 결혼이란 제도의 어두운 면을 극중 닉(벤 애플렉)과 에이미의 이야기를 통해 낱낱이 까발린다.
하지만 오해는 마시길. 결혼은 좋은 면도 많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부분도 많다. <나를 찾아줘>는 단지 그러한 부분을 최악의 커플을 통해 진지하게 건드릴 뿐이다. 다소 극단적이지만 이혼율이 갈수록 증가하는 마당에 영화의 그 삐딱한 시선을 한번 쯤 따라가 볼 필요는 있지 않을까.

영화 역사상 최악의 부부라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지만 연애할 땐 닉과 에이미도 그렇지 않았다. 닉에게 에이미는 매력이 철철 넘치는 남자였고, 에이미 역시 지성미와 성적인 매력을 동시에 갖춘 최고의 여자였다. 하지만 영화는 갑자기 사라진 에이미가 남긴 일기장을 통해 결혼생활이 지옥으로 변질되어 가는 과정을 관객들이 음미할 수 있도록 찬찬히 보여준다. 그것은 마치 세상 모든 부부들이 공통적으로 겪게 되는 고난의 과정처럼 여겨진다는 점에서 재미를 떠나 일단 엄청난 흡입력을 발휘한다
결혼이 고난인 건 우선 결혼 후에는 상당부분 자유를 포기해야 한다는 점에 있다. 다소 삐딱하게 말하면 결혼은 혼자일 때 누렸던 자유를 연애시절 영원할거라 믿었던 두근거림이나 설렘 혹은 흥분과 맞바꾸는 행위다. 그나 그녀와 매일 함께 있을 수 있다면 자유를 포기해도 될 거라 믿는 게 보통이다. 하지만 막상 결혼을 해보면 그러한 두근거림과 설렘, 흥분은 익숙함에 젖어 이내 사라져버리고 쉽게 포기해버린 자유가 그리워지기 시작한다.
<나를 찾아줘>에서 닉과 에이미의 갈등도 그 지점에서 시작된다. 닉은 평소 게임을 좋아하지만 결혼하고부터는 에이미의 눈치를 봐야 했다. 혼자일 때 자유롭게 피웠던 게으름은 결혼 후에는 무능력으로 바뀌었다. 에이미도 마찬가지다. 에이미는 빚더미에 쌓인 친정 부모를 위해 자식으로서 당연히 도와주지만 자기와 상의하지 않고 독단적으로 결정했다는 닉의 꾸중을 들어야만 했다.

자유가 구속당할 때 가장 힘든 건 본능과 싸워야 한다는 점이다. 결혼이 원래 그렇다. 상대방에게 책임과 의무를 지우는 행위다. 하지만 인간으로서의 본능이나 욕구는 그들을 쉽게 초월하고 만다. 어쩔 수 없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닉이 그랬다. 닉은 에이미 몰래 자신이 가르치던 제자와 불륜을 저지른다
하지만 닉으로서도 변명할 거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언제부턴가 관계가 틀어지면서 아내와 있으면 답답하고 미칠 것만 같았던 닉에게 어린 제자는 일종의 탈출구였던 셈. 만약 에이미에게 들키지만 않았다면 그들의 결혼생활도 그렇게 파국으로 가지는 않았을 테다. 닉이 분명 잘못한 건 맞지만 유혹에 쉽게 흔들릴 수 있는 인간이란 점에서 전혀 이해 못할 바도 없다. 두근거림이나 설렘을 찾는 것도 일종의 본능이다. 인간은 끊임없이 행복해지고 싶어 하기 때문이다.

16살 연하의 소피야와 결혼했지만 꽤 힘든 결혼생활을 했던 톨스토이도 자신의 모습을 투영한 <크로이체르 소나타>라는 소설에서 이런 말을 했다. "한 사람만 평생 사랑한다는 것은 양초 한 자루가 평생 타는 것과 같다." 불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때문에 영화에서 주목해야 할 부분은 오히려 닉의 외도에 대한 에이미의 반작용이다. 그곳엔 스릴러 영화다운 꽤 충격적인 반전이 기다리고 있다.   

 

<나를 찾아줘>는 현실에서의 부부들이 관계가 쉽게 틀어지는 외부적인 요인으로 금전적인 부분도 다룬다. 둘 다 실직자가 되면서 형편이 어려워지자 닉과 에이미의 관계는 더욱 힘들어진다.
하지만 결혼생활의 가장 힘든 점으로 영화가 지목하는 부분은 정작 다른 데 있다. 바로 남들 앞에서는 행복한 척 해야 한다는 것. 많은 사람들의 축복 속에 결혼에 골인한 만큼 그들에겐 행복해야 할 의무가 자연스레 주어진다. 그래서 그들은 남들 앞에서는 억지로라도 행복한 웃음을 짓는다. 결혼은 때로는 포커게임을 하는 것과 비슷하다. 포커페이스를 유지해야 할 때가 있다.

아울러 그것은 이 영화의 공포를 지배하는 핵심요소이기도 하다. 그 지점에서 <나를 찾아줘>는 영화가 끝날 때 공포가 시작된다. 누가 봐도 완벽한 부부지만 영화가 시작되자마자 닉은 이런 섬뜩한 독백을 내뱉는다. "아내의 두개골을 부수고 뇌를 꺼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다. 무슨 생각해? 지금 기분은 어떤지. 부부사이에 모두 다 알 수 없는 궁금증을 풀고 싶다. 우리가 왜 이렇게 됐지?" 잠시 후 아내가 사라지자 슬픔과 기쁨이 교차하는 닉의 다양한 표정은 이 영화의 백미다.

 

2세의 의미도 <나를 찾아줘>에서는 대단히 냉정하다. 이미 썩은 나무처럼 망가져가는 닉과 에이미에게 아이는 사랑의 결실이 아니었다. 아이는 멀어져만 가는 부부관계를 억지로라도 유지시켜주는 매개체로 다뤄질 뿐이다. 극단적인 설정이지만 현실에서도 "애 때문에 산다"는 부부들의 이야기를 많이 들을 수 있는 만큼 어느 정도는 공감이 된다.
제목 때문에 말들이 많다. 이 영화의 원제는 'Gone girl(사라진 여자)'이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공포가 시작되는 영화의 무시무시한 결말을 생각하면 '나를 찾아줘'란 제목은 아주 잘 어울린다고 생각된다. 닉과 에이미 둘 다 결혼을 통해 본래의 자아를 잃어버리고 솔직하지 못한 이상한 사람들이 되고 말았다. 어떤 의미에서 결혼이란 둘이 됨으로 인해 하나일 때의 나는 잊어야 하는 비극이 아니던가. 축복 속에서 결혼을 하지만 연애 시절의 판타지가 끝나면 결혼은 둘이라는 약간의 장점 속에서 고난으로 점철된다. 노력하지 않으면 쉽게 부서지고 만다. 그래서 <나를 찾아줘>는 말한다. 결혼, 그것은 찬란한 고난이라고. 1023일 개봉. 러닝타임 149.

[출처] 결혼, 찬란한 고난 - 나를 찾아줘(Gone Girl ,2014) |작성자 레인메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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