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詩

담쟁이

휴먼스테인 2014. 2. 28. 11:43

저것은 벽

어쩔 수 없는 벽이라고 우리가 느낄 때

그때

담쟁이는 말없이 그 벽을 오른다

물 한 방울 없고 씨앗 한 톨 살아남을 수 없는

저것은 절망의 벽이라고 말할 때

담쟁이는 서두르지 않고 앞으로 나아간다

한 뼘이라도 꼭 여럿이 함께 손을 잡고 올라간다

푸르게 절망을 다 덮을 때까지

바로 그 절망을 잡고 놓지 않는다

저것은 넘을 수 없는 벽이라고 고개를 떨구고 있을 때

담쟁이 잎 하나는 담쟁이 잎 수천 개를 이끌고

결국 그 벽을 넘는다.

 

-도종환<담쟁이>

 

'인문학 > ' 카테고리의 다른 글

잔혹동시  (0) 2015.06.19
오빠  (0) 2014.01.17
참새도 이름이 있으면 좋겠다  (0) 2014.01.16
아끼 쓰고 쪼매만 고쳐 쓰면 안 되것나  (0) 2014.01.12
동생이 태어난 후(구이역에서 - 2)  (0) 2013.1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