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회에서 정치 민주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많은 운동권 출신자들이 혁명을 포기하고 제도권에 진입했다.
그들이 생각보다 훨씬 쉽게 사법고시에 합격하거나 논술시장에 뛰어들어 떼돈 버는 걸 바라보면서
항간에는 <자본론>을 배우면 머리가 좋아진다는 얘기가 떠돌았다.
이 책을 읽으면 그것이 결코 근거 없는 얘기만은 아님을 알수 있다.
마르크스만큼 자본주의의 속내에 천착한 사람이 없었던 만큼
마르크스를 이해하면 자본주의에 대한 적응력이 커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왜 빨리 생각하고 쓰도록 하는가
저자에 따르면 자본주의 사회에서 시험은
여러 방식으로 학생을 조련한다.
과제를 해결할 때 반드시 지켜야 하는 시간과 형식을 규정함으로써
앞으로 겪게 될 더욱 엄격한 노동 규율에 익숙하게 한다.
평소보다 빨리 생각하고 쓰도록 강요해서 직장에서 맞닥뜨리게 될 속도전에 정서적·도덕적으로 준비하게 한다.
시험공부를 하면서 습득하는 자제력은 직장에서 무례, 인신공격, 권태를 참고 견디게 한다.
이의를 허용하지 않는 문제를 풀면서 미래의 고용주가 내릴 명령을 무비판적으로 받아들이는 습관을 기른다.
절대적으로 우월한 위치에 있는 교사는 계층의 윗사람들이 똑똑하다는 착각을 부른다.
대부분의 교사는 학생을 사랑하는데 그 때문에 계층 구조에서
비슷한 관계에 있는 사람들도 당연히 그러리라고 잘못 가정하게 한다.
낙제라는 가차 없는 처벌은 훗날 삶을 불안에 빠뜨린다.
학생 앞에는 언제나 모르는 것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기 때문에
자기가 기존 제도를 비판하기에 충분히 아는지 확신하지 못하게 한다.
무엇보다 홀로 문제를 해결하게 함으로써 다른 이들과 분리되고
모든 자잘못은 다 내 탓이라는 자괴감에 빠지도록 만든다.
이런 시험의 배후에는 기업가와 그들의 변호사로 채워진 대학의 이사회가 있으며
거대한 자본주의가 그 뒤를 받친다.
시험은 본질적으로 통제의 수단이자 어떻게 통제받을지를 배우는 수단이다.
「 모멘토, 마르크스와함께 A학점을 中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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