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사랑과 性

타인이 원하는 일을 하는 걸 노예라고 부른다

휴먼스테인 2013. 12. 24. 11:46

노예와 주인

타인이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노예라고 부르고

내가 원하는 일을 하는 사람을 주인이라고 부릅니다.

내가 직장에 다니면서 하는 일은 내가 원하는 건가요?

기껏 대학 나와서 됐다는 게 최고급 노예인데, 이제 돈 좀 들어오니까 찝찝한 거예요.

내가 원하는 일이 아니니까요.

이건희가 원하는 일 하는 거 아니에요? 그러면 노예인 거예요.

노예가 별거 아니에요. 타인이 원하는 일을 하는 걸 노예라고 부른다고요.

일하는 걸 싫어하는 게 노예의 근성이에요. 내 일이 아니니까요.

주인이 감시를 소홀히 하면 쉬고 싶단 말이에요.

노예가 가장 원하는 게 뭔지 아세요?

주인한테 음식은 얻되 일은 안 하는 거예요.

이 메커니즘 이해되지 않아요? 우리의 목적은 뭐예요?

늦게 출근해서 일찍 퇴근하기. 바로 노예의 모토예요. 노예의 모토.

반면 자기가 좋아하는 일을 하는 저 초등학교 꼬맹이들이 게임 할 때 보면 그렇지 않죠.

멸사항쟁의 각오로 오늘 아이템을 몇 개 모은 다고 하잖아요.

 

『강신주 지음, 강신주의 다상담 2, p38~39, 동녘』

 

대학을 다닌다는 건 최고급 노예가 된다는 거죠.

내가 원하는 걸 하는 데 돈을 쓰는 게 아니라, 기업이 원하는 걸 배우기 위해 그 비싼 등록금을 내잖아요.

여러분 토익 좋아해요? 영어를 좋아해서 영어 공부하신 분 있어요?

대부분 우리는 영어가 좋아서 공부하는 게 아니죠.

영어 능력을 원하는 자본에 팔려고 영어를 공부하는 거죠.

손님에게 팔리기 위해 화장을 하는 매춘부처럼 말예요.

그래서 마르크스Karl Marx가 자본주의 시대를 보편적 매춘의 시대리고 이야기했던 거예요.

 

재미있지 않아요?

옛날에 노예를 부릴 때는 때리면서 강제로 노예한테 기술을 가르쳤어요.

자본주의 사회는 묘하게 자유롭습니다.

자본주의의 중요한 키워드 중 하나가 자발적 복종이에요.

한 단계를 건너뛴 거죠. 누가 시키지를 않아요.

옛날엔 노예가 잡혀 와서 일을 제대로 하나 안 하나 감시 당했죠.

그리고 능력 있는 노예가 있으면 가령 그 노예가 배를 만드는 게 좋겠다면서 억지로 배 만드는 기술을 가르쳐요.

지금은 거꾸로 됐어요.

 

 

『강신주 지음, 강신주의 다상담 2, p40, 동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