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classic에 입문한게 20대 초반이었고 누구나 그러하듯 비발디의 ‘사계’였습니다.
한 일년정도 들으니까 각 계절마다 표현하는 방식에 매료되어서 흠뻑 빠져있었죠
그러다 교향곡으로 넘어갔는데 완전히 새로운 세상이었습니다.
웅장함과 화려함 등…베토벤, 모차르트, 하이든 등 많은 교향곡들을 섭렵해갔습니다.
그러다 피아노협주곡, 플륫협주곡 피아노소나타 합창 등을 듣다 드디어 현악4중주들을 듣게 되었습니다.
처음 느낀 느낌은 참 단조롭다였습니다. 그리고 가장 적응을 못했죠 클레식 들은지 한 20여년 넘어가니까
그제서야 현악4중주가 참 섬세한 음악이라는 걸 알게되었습니다.
그 어떤 음악에서도 표현하지 못하는 섬세함… 특히 베토벤 현악4중주 제 13번 그 중에서도 5번째곡인
‘카바티나’는 들을때마다 많은 생각을 하게하는 곡입니다. 아마 40대 이상은 되야 이해할 수 있는 곡이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에 ‘마지막 4중주’라는 영화가 7월 25일 개봉되었습니다.
비록 상영관이 롯데시네마인 경우에는 서울에는 ‘건대입구’. 경기인천에는 ‘부평’에만 개봉되어서 일반인들이 접하기가 쉽지 않을 것 같습니다
[이하는 김세윤 방송작가의 글입니다]
영화내용은 현악 4중주단 ‘푸가’의 제 2 바이올린 연주자 로버트(필립 시모어 호프먼)는 독주자로 나서지 않는 이유,
제1바이올린을 받쳐주는 조력자로 헌신한 이유를 이렇게 말합니다.
“첫 음을 함께 연주하고 바로 느꼈죠. 한 그룹의 일부가 되는 느낌 말이예요.
일부가 되는게 곧 하나가 되는 거란 사실을 그때까진 몰랐어요.
나만 특별하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그 일부가 되는 게 더 특별한 느낌이더군요.”
<제 2 바이올린 로버트 겔버트(필립 세이무어 호프만)>
<제 1 바이올린 대니얼 러너(마크 아이반니)>
한결 같은 연주로 정평이 난 현악 4중주단.
하지만 팀의 리더가 자랑하는 그 ‘한결같음’이 진작부터 자신의 숨통을 조여오고 있다고,
마침내 로버트가 털어놓습니다.
“우리 초반에 어땠는지 기억나? 사소한 것까지 논쟁했어.
활 쓰는 법 하나 놓고도 서로 죽일 듯 싸웠다고.
난 그 때가 그리워.
그렇게 흥분했던 때가 얼마나 그리운지 몰라.”
그래서 로버트는 ‘한결 같은’소리를 내기보다 ‘매일 다른’소리를 내며 부대끼던 그 시절로 돌아가려 합니다.
제2바이올린으로 25년동안 헌신했으니 이제는 자신에게도 제1바이올린으로 돋보일 수 있는 기회를 달라고 합니다.
하지만 원칙주의자 제1바이올니스트 다니엘(마크 이바니어), 파킨스병에 걸린 첼리스트 피터(크리스토퍼 워큰),
<첼리스트 피터 미첼(크리스토퍼 월켄)>
그리고 동료이자 아내이자 비올리스트 줄리엣(캐서린 키너)은 저마다 처지와 생각이 달라서 선뜻 로버트 편이 되어주지 않습니다.
<비올리스트 줄리엣 켈버트(캐서린 키너)>
천상의 화음을 자랑하던 팀이 불협화음을 내기 시작한 것 입니다.
영화에서 피터가 베토벤 현악4중주 14번의 특별함에 대해 이야기할 때, 나도 모르게 하아….탄식하며 손톱을 물어뜯었습니다.
“당시엔 4악장이 기본이었어. 이 작품은 총 7악장이야. 그런데 중간에 쉬어선 안되지.
포즈(pause)도, 듀닝도 안돼.
베토벤은 각 장 끝에 바로 연주하라고 명시했어.
이렇게 오래 쉼 없이 연주한다는 건 각 악기들의 음정이 맞지 않게 된다는 의미야.
그럼 어떻게 할까? 연주를 멈출까?
모두가 불협화음이어도 필사적으로 서로에게 맞추려고 노력해야 할까?
<마지막 4중주>는 합주에 지쳤지만 독주를 결심하기에는 아직 두려운게 많은 사람들을 위한 영화입니다.
이제 막 4악장을 끝낸 세상 모든 ‘제2바이올니스트’들에게 남은 인생의 세악장을 어떤 음정과 태도로 연주할 것인지 묻는 영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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