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쓸모없는 나무와 울지 못하는 거위
장자의 논리에 따르면 도道는 재와 부재를 조감하고 그것을 넘어서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장자의 도는 일차적으로 당시의 주류 담론이던
부국강병 논리를 반성하고 뛰어넘는 곳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부국강병의 구체적 사업에 쓸모가 있는가 없는가 하는 차원을 초월해야 하는 것입니다.
마찬가지로 오늘날의 도는 상품 생산에 유용한가 아닌가 하는 차원을 뛰어넘는 곳에서 찾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자본주의적 가치 나아가 근대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문명론에 대한 비판적 관점을 정립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이데올로기의 본질을 통찰하는 것이어야 하고
우리들에게 요구하는 능력과 경쟁력이란 과연 무엇인가를 조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합니다.
그러한 각성이 도의 내용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분으로서는 여전히 재, 부재의 중간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그리고 장자의 도란 무엇인지 잘 이해가 가지 않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나도 마찬가지입니다. 장자는 위의 예시문 마지막구절에서
“나는 쓸모 있음과 쓸모없음의 중간에 처하겠다”고 하며 빙그레 웃었다고 되어 있습니다.
중간의 의미가 무엇인지, 또 그 웃음의 진의眞意가 무엇인지 짐작해볼 수 있는 이야기가
제4편「인간세」人間世에 있습니다. 그 내용만 간추려 소개하겠습니다.
장자의 진의는 여러분들이 짐작해보기 바랍니다.
목수 장석匠石이 제나라로 가다가 사당 앞에 있는 큰 도토리나무를 보았다.
그 크기는 수천 마리의 소를 덮을 만하였고, 그 둘레는 백아름이나 되었으며,
그 높이는 산을 위에서 내려다볼 만하였다.
……구경꾼들이 장터를 이루었지만 장석은 거들떠보지도 않고 지나가버렸다.
그의 제자가 장석에게 달려가 말했다.
“제가 도끼를 들고 선생님을 따라다닌 이래로 이처럼 훌륭한 재목은 본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도 선생님께서는 거들떠보지도 않으시니 어찌된 일입니까?” 장석이 말했다.
“그런 말 말아라. 쓸데없는 나무다.
그것으로 배를 만들면 가라앉고,
관을 만들면 빨리 썩어버리고,
그릇을 만들면 쉬이 깨져버리고,
문짝을 만들면 나무진이 흘러내리고,
기둥을 만들면 곧 좀이 먹는다.
그것은 재목이 못 될 나무야. 쓸모가 없어서 그토록 오래 살고 있는 것이야.”
장석이 집에 돌아와 잠을 자는데 그 큰나무가 꿈에 나타나 말했다.
“그대는 나를 좋은 재목에 견주려는 것인가? 아니면 돌배, 배, 귤, 유자 등 과일나무에 견주려는 것인가?
과일나무는 과일이 열리면 따게 되고, 딸 적에는 욕을 당하게 된다.
큰 가지는 꺾이고 작은 가지는 찢어진다. 이들은 자기의 재능으로 말미암아 고통을 당하는 것이지.
그래서 천수를 누리지 못하고 일찍 죽는 것이다. 스스로 화를 자초한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세상 만물이 이와 같지 않은 것이 없다. 나는 쓸모없기를 바란지가 오래다.
몇 번이고 죽을 고비를 넘기고 이제야 뜻대로 되어 쓸모없음이 나의 큰 쓸모가 된 것이다.
만약 내가 쓸모가 있었다면 어찌 이렇게 커질 수 있었겠는가?
그대와 나는 다 같이 하찮은 물건에 지나지 않는다.
어찌하여 서로를 하찮은 것이라고 헐뜯을 수 있겠는가?
그대처럼 죽을 날이 멀지 않은 쓸모없는 사람이 어찌 쓸모없는 나무를 알 수가 있겠는가?”
『신영복지음,나의동양고전독법 강의, p340~342,돌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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