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종교

메시야와 다윗의 아들 그리고 예수

휴먼스테인 2019. 1. 19. 05:23

메시야와 다윗의 아들 그리고 예수

 

 

여하튼 사두가이파의 귀족들은 이 문제에 대해서 침묵을 지킨 것이 사실이지만, 바리사이계의 율법 학자들과 일반 백성은 장차 다윗의 자손 하나가 내림할 것을 기다리고 있었음이 틀림없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에도 다소 유토피아적인 요소가 없지 않았다는 사실도 아울러 감안해야 할 것이다.

이를테면 우리 시대의 그 어느 왕정 복고주의자가 루이 17세의 후손을 발견 할 수 있으리라고 하는 기대와 약간 비슷하다고 말할 수 있겠다.

사실 즈루빠벨 이래 다윗 자손들의 혈통은 어둠 속에 사라지고 없었던 것이다.

그렇지만 하느님은 그 중의 하나를 찾아내게 해 주실 것이라는 것이 이들의 기대요 희망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희망에 도사리고 있었을 위험도 우리로서는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실상 다윗의 자손 운운한다는 것은, 마카베오 왕조 곧 하스모네 왕가와 헤로데 왕가의 왕통을 거부하는 것이며, 나아가 로마 제국의 카이사르(=황제)의 권력을 침탈하자는 말이나 다름없었던 것이다.

과연다윗의 아들이라는 표현은 권력의 칭호였다.

그러고 보니 마르코 복음서 12 35~37절에 전개되는 논쟁에서 우리가 놀랄 만도 하다는 것을 비로소 깨닫게 된다.

이 논쟁에서 예수는 율법 학자들의 의견을 물은 다음 메시아라는 표현을 다윗의 아들이라는 표현으로부터 분명하게 떼어 놓고 있기 때문이다.

 

어찌하여 율법 학자들은 메시아가 다윗의 자손이라고 말하느냐?

다윗 스스로 메시아를 주님이라고 말하는데, 어떻게 메시아가 다윗의 자손이 되느냐?”

 

달리 말해 메시아라는 사실과 다윗의 아들이라는 사실이 이제부터는 간단히 동일시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우리는 이 말씀을 예수가 메시아의 다윗 후손임을 부인하는 말씀으로 알아들어야 할 것인가?

솔직히 말해서 우리는 이러한 질문에 대답할 처지가 못 된다.

질문이 예수의 자의식이라는 영역에 속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 전승을 지니고 있다가 후대에 물려준 공동체의 수준에서 보면, 이 놀라운 성경 논증이 함축적으로 의미하는 바는 이렇다.

이 공동체에서는 예수를 이미 주님이요 메시아며 심지어 다윗의 아들이라고까지 부르고 있었는데, 다만 예수 자신은 이 마지막 다윗의 아들이라는 칭호에 대해서 태도를 분명하게 밝히지 않았다는 것을 회상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태오가 루카가 전하는 예수의 세 가지 유혹 설화와 비슷하게, 여기서 전개되는 성경 논증은 자신에 대한 예수의 생각에 관해서 공동체들이 회상하고 있던 것을음화적陰畵的으로 보여주는 수법이라고 하겠다.

분명한 언어로 번역해서 말한다면, 이 성경 논증은 다윗의 아들이라는 칭호에 대해서 예수가 침묵을 지켰다는 것을 드러내 준다는 것이다.

그러나 예수에게 이 칭호를 적용한다는 것이 과연 타당한지의 여부에 대해서는 시비를 가려 주지 않는다고 한다.

하기는 제4복음서도 다윗의 아들이라는 이 칭호를 빌려 예수를 부르는 일이 한 번도 없다.

이와 비슷하게 바오로도 예수가으로는(로마1,3-4)다윗의 혈통을 잇고 있다는 사실을 상기하면서도, 대놓고 그분이다윗의 아들이라는 말을 하지 않고, “육으로는”, 달리 말해 인간적으로 볼 때(로마1,3-4), “다윗의 자손”이라는 말을 하고 있을 뿐이다.

그 까닭은 그분은 탁월한 의미에서하느님의 아들”. 바로그 아드님이시기 때문이다.

따라서 그는 이육에 의한다윗의 아들임이라는 사실과거룩함의 영에 의한하느님의 아들임이라는 사실 사이의 대조를 이용하여 자신의 신학적 사상을 전개한다는 인상이다.

이와 같이 다윗의 자손이라는 사실을 절대로 부인하지 않으면서도(이 점에 대해서는 바오로의 증언이 결정적이다.), 바로 이 사실이 부활하신 예수를 영광 중에 싸여 있는 하느님의 친 아들로 생각하던 그리스도교의 개념에 대해서 그 무슨상수 패라기보다는 오히려 하나의 약점으로 간주되지 않았는가 하는 반문을 제기해 본다.

그러기에 또한 우리는 마르코 복음서 12 35~37절에서 당시 유다교에 가장 흔하게 통용되던 범주들이 완전히 재평가되고 있다는 사실을 지적할 수 있다.

메시아는 그렇게 간단하게 다윗의 아들과 동일시될 수 없다는 것이다.


「샤를르 페로지음ㅣ박상래옮김,예수와 역사,p264~267,가톨릭출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