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철학 등

여성적이고 싶어서요

휴먼스테인 2018. 10. 20. 17:38

마지막 밤, 모두 정장을 입고 자신의 문화를 소개하는 우아한 파티가 있었다.

많은 젊은이 중 특히 내 마음을 사로잡는 한 아름다운 여성이 있었다.

그는 구소련에서 독립한 작은 동구권 나라에서 온 외교관, 마리아였다.

까만 새틴 미니 드레스에 커다란 핫핑크 리본이 달린 옷을 입은 그녀의 모습이 꼭 바비 인형 같았다.

자신의 나라 대표로 뽑힐 만큼 똑똑한 여성의 패션 취향치고는 좀 이상했다.

다음 날 같이 구도시를 산책할 기회가 있어서 왜 그런 드레스를 선택했는지 살며시 물어보았다. 그녀의 대답이 재미있었다.

여성적이고 싶어서요.”

? 어떤 게 여성적인데요?”

핑크 옷을 입고 남자에게 꽃을 받고 남자가 문을 열어주면 그 문 속으로 우아하게 걸어 들어가 로맨틱한 디너를 하고 남자가 디너 값을 내고 나를 차에 태워 집에 데려다주고…… 나는 공주처럼 웃으며 그의 세심한 대접을 받고요.”

마리아, 당신이 교육받은 사회주의 국가에서는 완전한 남녀평등을 가르쳤을 텐데 어떻게 그런 소녀 같은 꿈을 꾸고 계세요?”

소련 교육은 우리를 남자처럼 키웠어요. 뭐든지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하는, 남자와 아무 차이가 없는 여성들로요. 우리는 노동자로 키워진 거에요. 그 과정에서 여성성을 키울 기회도 없었어요. 우리는 서구 여성들이 누리는 여성적인 삶을 동경해요. 우리도 여성이고 싶어요.”

인간은 참 묘하다. 서구 여성들은 사회주의 여성들이 누리는 법적 제도적 여성 평등에 대해 동경을 가지고 있는데 이 사회주의 국가에서 온 여성은 서구 여성들이 말하는 극복되어야 할 여성성을 꿈꾸고 있다.

그래, 인간은 이 생에 꿈꾸는 것을 한 번은 꼭 해보아야 하나 보다.

그래야 더 자유로운 진화의 다음 단계로 아쉬움 없이 넘어갈 수 있을 것이다.

 

「현경지음, 신의 정원에 핀 꽃들처럼,p100~101,()웅진씽크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