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인물

밥 딜런

휴먼스테인 2017. 3. 24. 14:45

밥 딜런

 

 

1930년대 대공황기에 우디 거스리(Woody Guthrie)라는 창백하고 왜소한 백인 음악가가 미국전역을 여행한다.

기타 하나 메고 주로 댐 공사장, 건설 현장을 찾아가서 그곳 노동자들 이야기를 듣는다.

그러고 , 너무 슬프구나, 어떻게든 이 사람들 얘기를 해야겠다고 결심하고 그들의 이야기를 악보에 옮겨 흥얼흥얼 노래하면서 방방곡곡을 돌아다닌다.

그런데 그걸 알아주는 사람들이 생기면서 지방 스튜디오 책임자들이 녹음하자고 해서 카세트테이프에도 담고 음반도 내놓는다.

미네소타 주에 사는 로버트 앨런 지머먼, 그 역시 왜소하고 초라하며 가난한 집 청년인데 지머먼은 미네소타 대학에 들어가 불과 1년 만에 대학에서는 더 이상 배울 게 없다고 결론짓고 학교를 때려치운다.

그 무렵 책을 두 권 내는데 내용이 무척 난해하다.

이상의 시처럼 이상한 시집에, 뭐라고 하는지 알 수 없는 소설을 써서 출판했으니 당연히 반응을 얻지 못한다.

예술을 하겠다. 시인, 소설가가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은 지머먼은 우디 거스리라는 존재를 알게 되고는 뇌출혈로 요양원 신세를 지고 있는 그를 물어물어 찾아간다.

지머먼은 우디 선생님, 제가 뭘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인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까요? 라고 인생 상담을 한다.

우디 거스리는 지머먼에게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하나는 노래를 불러보라는 것.

그런데 지머먼은 목소리도 안 좋고 기본적으로 음정이 안되었다.

그런 그에게 기타를 배우고 노래를 하라고 한 것이다.

또 하나는 지머먼에게 너 자신의 노래를 하라는 가르침이었다.

자신이 그랬듯이 직접 작사하고 작곡해서 자기만의 생각과 감정을 노래하라고 일깨웠다.

우디 거스리에게서 깊은 감화를 받은 지머먼은 뉴욕 그리니치빌리지를 찾아가 노래하기 시작한다.

그 인물이 바로 2016년 노벨 문학상을 수상한 밥 딜런이다.

노벨 음악상은 없으니 그가 쓴 노랫말의 작품성이 평가받아 노벨 문학상이 수여되었다.

놀랍게도 밥 딜런의 가사는 미국인들도 해석하기 어려울 만큼 난해한 것으로 유명하다.

작사자, 작곡자를 알 수 없는 민요 형식을 빌려 우디 거스리가 포크송을 불렀다.

민요의 특징 가운데 가장 중요한 게 노랫말이다.

노랫말이 강조되려면 사운드 즉, 악기가 주역이 되어서는 안된다.

악기가 많으면 연주를 듣게 되기 때문에 악기를 최소화하는 것이다.

기타 또는 벤조, 심심하면 하모니카 정도?

이렇게 최소한의 악기로 가사의 메시지 전달을 목적으로 하는 음악을 한다.

효시가 우디 거스리다.

그리고 그를 계승한 인물이 밥 딜런이다.

로버트 앨런 지머먼은 시인 딜런 토머스를 동경했다.

딜런 토머스(Dylan Thomas, 1914~53)-내 아이디도 딜런이다-가 굉장히 멋지고 괴벽스러운 시인인데 그의 이름을 따서 밥 딜런이라고 예명을 지었다.

무수한 젊은이가 그리니치빌리지에 모여들어 자작곡을 노래했다.

인권문제, 전쟁의 공포, 기아, 3세계 등 그들이 바라본 사회를 노래에 담기 시작했다.

그때의 분위기에서 돈과 인기는 관심사가 아니었다.

그 전에는 사적이고 고통이나 사랑을 노래했지, 사회문제에 관심이 없었다.

모든 노래가 홈타운, 마마, 러브를 다뤘었다.

그러나 모던 포크의 청년들은 아예 다른 음악의 좌표를 설정한 것이다.

대학교수이면서 평생 운동권이었던 멕시코 출신의 이주민 물리학자가 이었다

그 부인도, 딸들도 죄다 운동권이어서 맨날 감옥을 드나드는 집안인데 그 딸 중 하나가 노래를 시작해 기타를 메고 그리니치빌리지로 갔다.

그곳에서 밥 딜런을 만나 사랑에 빠지고 연인이 되었다.

그 사랑이 그리 오래가지는 못했다.

헤어진 뒤끝으로 남자는 전 여친을 조롱하는 노래를 불렀다.

저스트 라이크 어 워먼(Just like a woman)’이 그것이다.

우리말로 꼭 여자 같아인데 여자에게 이렇게 말하면 칭찬일까?

너 참 여자 같구나라고 말할정도이니, 얼마나 드센 사람이냐고 공개적으로 놀리는 노래다.

그런데 이 노래가 대히트를 했다.

그리고 여자는 새 앨범을 내면서 자기를 조롱한 남자의 창법으로 그 노래를 불렀다.

그 여자가 조앤 바에즈(Joan Baez).

아주 많은 세월이 흐른 후 조앤은 밥 딜런과 좋았던 한 시절을 회상하는 노래를 불렀다.

그 노래가 다이아몬드 앤드 러스크(Diamond and Rust)’이다.

 

「김갑수지음, 작업 인문학,p98~99,㈜살림출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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