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자연

교체이론과 교배이론의 결과물이 밝혀지다

휴먼스테인 2016. 12. 19. 09:11

교체이론과 교배이론의 결과물이 밝혀지다

 

오늘날 과학자들이 동의하는 또 하나의 사실은, 7만 년 전 동아프리카의 사피엔스가 아라비아 반도로 퍼져나갔고 거기서부터 유라시아 땅덩어리 전체로 급속히 퍼져나가 번성했다는 것이다.

호모 사피엔스가 아라비아 반도에 상륙했을 당시 대부분의 유라시아 지역에는 다른 종류의 인간들이 이미 정착해 있었다.

이들에게 무슨 일이 일어 났을까? 두 가지 상충하는 이론이 존재한다.

교배이론은 그들이 서로 끌려 성관계를 하고 뒤섞였다는 설이다.

아프리카 출신 이주민이 여기저기로 퍼져나가면서 다른 인간 집단들과 교배했고 오늘날의 인류는 그 이종교배의 후손이라는 것이다.

예를 들면, 사피엔스는 중동과 유럽에 도착해서 네안데르탈인을 만났다.

네안데르탈인은 사피엔스보다 근육이 발달했고 뇌가 더 컸으며 추운 기후에 더 잘 적응했다.

이들은 도구와 불을 사용했고 훌륭한 사냥꾼이었으며 병자와 약자를 돌본 것으로 보인다

(고고학자들이 발견한 네안데르탈인의 유골이 그 증거다.

일부는 심각한 신체적 장애를 지니고도 오래 생존한 것으로 판명되었는데,

이것은 친척이 돌보았다는 증거다).

만화에서 묘사하는 네안데르탈인은 야만적이고 멍청한 혈거인의 상징인 경우가 흔하지만,

최근 발견되는 증거들은 그런 이미지를 바꾸었다.

교배이론에 따르면, 사피엔스는 네안데르탈인의 땅에 퍼져나가면서 서로 교배했고 결국 두 집단은 하나가 되었다.

이것이 사실이라면, 오늘날의 유라시아인은 순수한 사피엔스가 아니라 사피엔스와 네안데르탈인의 혼합이다.

마찬가지로 사피엔스는 동아시아로 퍼져나가서도 현지의 호모 에렉투스와 교배했다.

그렇다면 중국인과 한국인은 사피엔스와 에렉투스의 혼합이다.

이와 대립되는 견해는 교체이론이다.

교체이론은 전혀 다른 설명을 들려준다.

그들이 서로 화합하지 못하고 반감을 보였으며 심지어 인종학살이 일어났다는 이야기다.

이 이론에 따르면, 사피엔스와 다른 인간 종들은 해부학적으로 달랐으며 짝짓기 습관이나 체취까지도 차이가 났을 가능성이 매우 커서, 서로에게 성적인 관심을 거의 느끼지 못했다.

설령 네안데르탈인 로미오와 사피엔스 줄리엣이 사랑에 빠졌다고 하더라도, 이들이 낳은 아이는 불임이었을 것이다.

두 집단의 유전적 격차가 너무 커서 이미 메울 수 없는 지경이었기 때문이다.

이들 집단은 서로 완전히 분리된 상태로 존재했으며, 네안데르탈인들이 죽거나 살해되자 그 유전자도 사라졌다.

만일 이 이론이 사실이라면, 모든 현대 인류의 조상은 하나같이 7만 년 전 동아프리카에 기원을 두고 있다. 우리는 모두 순수한 사피엔스.

이 논쟁에는 많은 것이 걸려 있다.

진화의 관점에서 볼 때 7만 년이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이다.

만일 교체이론이 맞다면, 현재 살아 있는 모든 인간은 대체로 같은 유전자들을 지니고 있으며 이들 사이의 유전적 차이는 무시해도 좋은 정도다.

하지만 교배이론이 맞다면, 아프리카인, 유럽인, 아시안인 사이에는 수십만 년의 연원을 둔 유전적 차이가 있을 수도 있다.

이 문제는 정치적 화약고로서, 폭발력을 지닌 인종이론의 재료가 될 수 있다.

최근 몇 십 년은 교체이론이 이 분야의 상식이었다.

이에 대한 고고학적 증거가 상대적으로 더 확고하며 정치적으로도 더 올바른 것이었다

(현대 인구 집단들에게 유의미한 유전적 다양성이 있다고 말하면 인종주의라는 판도라의 상자가 열릴 수 있다. 과학자들은 이를 원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런 상황은 2010년에 끝이 났다.

4년간의 연구 끝에 네안데르탈인의 게놈 지도가 발표된 것이다.

유전학자들은 화석에서 충분한 양의 온전한 네안데르탈인 DNA를 얻어서 그것과 현대인의 DNA를 폭넓게 대조해볼 수 있었다.

그 결과는 과학자 사회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오늘날 중동과 유럽에 거주하는 인구집단이 지닌 인간 고유의 DNA 1~4퍼센트가 네안데르탈인 DNA로 밝혀졌던 것이다.

이것은 비록 많은 양은 아니지만 중대한 의미가 있다.

그로부터 몇 개월 뒤 두 번째 충격적인 사건이 있었다.

과학자들이 2008년 시베리아 알타이 산맥의 데니소바 동굴에서 발견한 손가락뼈에서 추출한 DNA로 유전자 지도를 만들었는데, 그 결과 현대 멜라네시아인과 호주 원주민의 인간 고유 DNA 중 최대 6퍼센트가 데니소바인의 DNA인 것으로 나타났다.

 

「유발 하라리지음,사피엔스,p34~37,김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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