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령화에 드리운 음습한 상업주의의 그림자
다이어트와 운동에 관한 연구가 정리 국면에 접어든 것도 눈여겨볼 만하다.
다이어트를 할 때 순수하게 칼로리만 계산하는 게 옳으냐는 논쟁은 이제 필요 없게 되었다.
그렇다. 질에 상관없이 무조건 칼로리를 떨어뜨리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
그동안의 연구가 도달한 결론이다.
특히 비만인 사람이 오래 살고 싶으면 체중을 감량하는 수밖에는 없다.
가끔의 금식과 절식도 믿기 어려울 만큼 성인병 요인을 줄이는 데 효과적이었다.
극단적으로 칼로리를 줄인 식단을 받아든 생쥐는
순환계와 뼈 밀도가 개선되고 인지능력이 크게 향상됐다.
운동도 중요하지만 가장 나쁜 일은 앉아만 있는 것이었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온종일 의자에 엉덩이를 붙이고 있는 사람은
죽기로 작정한 것과 다름이 없다.
그런 사람은 정기적으로 운동을 하더라도 나쁜 영향을 상쇄하기 힘들다.
의자는 당뇨와 비알코올성 지방간을 유발하는,
결국 치매에 이르게 하는 저승사자나 마찬가지다.
최근 서서 근무하는 회사가 늘어나는 것은 그런 이유에서다.
나이 든 사람들의 형편이 결코 나아질 것 같지 않다는 사실은 나쁜 소식이다.
미국의 경우 주택 소유율은 더 떨어졌고, 대학생의 학자금 대출률은 1995년 이후 5배나 늘어났다.
지금의 젊은 사람들은 나이를 먹을수록 과거의 늙은 사람들보다 힘들어질 것이란 얘기다.
앞으로 40년을 일하고 30년은 은퇴 생활을 해야 하는데
개인이나 국가가 그 비용을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플로리다에 가서 따뜻한 햇빛을 즐기는 구릿빛의 근육질 부자 노인들을 제외한 나머지 노인들 삶에는 구름이 잔뜩 낄 게 뻔하다.
생쥐 실험 중에는 섬뜩한 것도 있다.
과학자들은 정교한 외과 수술로 늙은 쥐와 젊은 쥐의 순환계를 연결해보았다.
그런 뒤 늙은 쥐의 몸에 칼집을 내봤더니 젊은 쥐와 다름없이 상처가 빨리 아무는 것이었다.
늙은 쥐끼리 순환계를 연결했을 때는 상처가 쉽게 낫지 않았다.
젊은 쥐에게는 세포를 재생하는 어떤 ‘화학적 수프’가 있다고 과학자들은 상상한다.
이 실험은 안티에이징이 매우 끔찍한 방식으로 암시장에 나올 수 있다는 우려를 낳았다.
제3세계 어린이와 순환계를 연결한 미국이나 유럽의 부자들의 모습을 연상하게 된 것이다.
1998년 미국 시카고 대학의 리처드 엡스타인 교수는 <월스트리트 저널>에 기고한 글에서
산 사람 것이건 죽은 사람 것이건 상관없이 장기를 매매할 수 있도록 하자고 주장해
논란을 빚기도 했다.
고령화에는 이렇듯 음습한 상업주의의 그림자가 언제나 어른거린다.
시사인 2016.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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