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짓말 탐지기 역할
거짓말탐지기는 마술처럼 거짓말을 알아맞히는 것이 아니다.
조사대상이 어떤 행동특성을 갖고 있는지 그 기준을 파악한 뒤 제공되는 자극에 따라 나타나는 이상반응을 감지해내는 것이다.
몸에 부착한 센서를 통해 심장박동이나 맥박, 땀 등 불안이나 두려움을 느낄 때 나타나는 생리적 변화를 측정한다.
범죄사건 수사에서 거짓말탐지기는 매우 유용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그 신뢰성에 대한 과학적 입증은 법정에서 결정적 증거로 받아들이기에는 아직 부족한 실정이다.
현재는 다른 증거와 목격진술 등을 보완하는 ‘보강증거’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해당 분야의 전문가들 역시 거짓말탐지기 사용 결과를 거의 100%신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거짓말탐지기를 사용할 때는 사건과 관련 없는 통제질문, 사건관련질문, 범인만이 알 수 있는 범죄지식질문 등을 구조적으로 세팅하기 때문에 결과를 신뢰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질문지가 이처럼 치밀하게 세팅되면 흔히들 우려하는 것처럼 심약한 사람과 담대한 사람 등 개인차는 큰 의미가 없게 된다.
개인 내에서 양상의 변화를 읽어내는 것이 거짓말탐지기의 주요 기능이기 때문이다.
일례로 용의자가 범인이 아닐 경우 범죄와 상관없는 통제질문에서 오히려 거짓반응이 나타난다. 질문 중에 “과거에 당신은 친구를 배신해 본적이 있느냐?” 하는 내용이 있다고 하자. 그러면 사건과 관련이 없는 용의자의 경우 복잡한 심경 변화가 관찰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과거에 누구를 배신한 적이 있느냐는 질문은 보통 사람들에게 굉장히 신경 쓰이는 질문이기 때문이다.
‘내가 정말 누군가를 배신한 적이 있을까?’
‘나도 모르는 사이에 다른 사람이 내게 배신감을 느낀 적이 있을까?’등
여러 생각이 들면서 복잡한 심리가 이상반응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하지만 사건에 대해 뭔가 감추고 있는 사람이라면 과거에 자산이 누군가를 배신했거나 하는 문제는 지금 전혀 의미도 관심도 없다.
현재의 위급한 상황을 어떻게 벗어날 것인가에 집중하느라 과거의 배신 운운 따위는 안중에 없는 것이다.
반면에 사건관련질문에서는 서로 정반대의 양상이 나타난다.
사건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사람은 사건과 직접 관련된 질문을 던져도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지만, 사건에 대해 뭔가를 알고 있거나 숨기고 있는 사람이라면 급격한 심경변화를 드러낸다.
이때 앞서 이루어진 통제질문은 검사 대상자의 평소 기준을 점검하는 도구가 된다.
여기서는 비교적 간단하게 설명했지만 거짓말탐지기를 운용하는 전문가들은 보다 계산적으로 세팅된 심리학적 도구를 사용해 대상장의 심리를 분석한다.
범죄지식질문은 범죄를 행한 사람이 아니면 전혀 알 수 없는 내용으로 질문지를 구성한다. 비리 사건 수사에서 뇌물 수수 금액이 3천만 원이라고 하자. 그러면 질문자는 “1천만원, 2천만원, 3천만원, 1억원”하는 식으로 지문을 제시한다.
검사 대상자가 사건과 관련이 없다면 뇌물 수수 금액이 얼마인지 알 수 없으므로 액수가 커질수록 반응이 강하게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3천만원에 특별한 의미가 있는 사람은 ‘3천만원’에서 남다른 반응이 나타나게 된다.
“칼, 가위, 망치, 도끼”등 범행 도구 역시 마찬가지다.
거짓말탐지기는 이 같은 질문기법을 통해 불수의근(내 의지와 상관없이 스스로 움직이는 근육), 심박, 맥박 등의 변화를 체크한다.
때문에 조사 대상자가 웬만큼 강심장이라도 비켜가기 힘들다.
알 파치노가 CIA 첩보요원 훈련교관으로 나오는 <리크루트>란 영화를 보면 요원들에게 거짓말탐지기를 이겨내는 훈련을 시키는 장면이 나온다.
그 외에도 많은 첩보영화에 요원들이 거짓말탐지기를 비켜가는 장면이 등장하곤 하는데, 인간이 얼마나 훈련을 받아야 자신의 의지로 생리현상을 통제할 수 있느냐에 대해서는 의문이 들곤 한다.
거짓말탐지기 없이 진실을 밝히는 방법
거짓말탐지기를 사용할 수 없는 일상이나 비즈니스 현장에서는 발언분석을 통해 상대의 말 속에 거짓이 숨겨져 있는지 검증하는 작업이 가능하다.
발언분석은 상대방의 몸짓언어를 분석하는 마무리 단계 작업으로 상대방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전후 상황을 살펴 논리적 구성을 캐는 것이다.
거짓말을 하는 사람들의 중요한 특징 중 하나가 구체적인 대답을 피하고 싶은 질문이 나오면 화제를 돌리거나 동문서답을 한다는 것이다.
말을 하다가 실수가 생기지나 않을까 두려워하는 마음과 거짓말에 거짓말을 보태야 하는 상황 자체를 피하고 싶어하는 심리 때문이다.
중용한 의미를 갖는 일을 순서에 맞춰 제대로 이야기하지 못하거나 시제 사용이 불규칙한 것도 거짓말의 징후로 해석할 수 있다.
상대방이 얘기하는 사건 정황이 서로 앞뒤가 맞지 않으면 거짓말은 아닌지 의심해볼 수 있다. ‘사실은’ ’실제로는’ ’거짓말이 아니라’등과 같이 일상적으로는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 반복적으로 얘기하는 것도 의심의 여지가 있다.
마지막으로 한 가지 더 염두에 둘 점은 상대방 역시 내 말의 진위를 파악하기 위해 나를 관찰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대방에게 신뢰할 만한 사람이란 인상을 심어주기 위해서는 열린 마음과 진실한 태도를 드러내는 몸짓언어를 적극적으로 구사하는 것이 좋다.
상대방이 얘기할 때 상체를 앞으로 살짝 끌어당겨 경청하는 자세를 보여주거나 부드러운 눈빛으로 상대의 눈을 응시하는 것, 손바닥이 위로 오게 하여 자연스럽게 테이블 위에 올려놓는 자세 등은 나는 당신을 공격할 의사가 없으며 당신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이라는 의미를 전달한다.
특히 상대방이 팔짱을 낀다거나 나의 시선을 피할 때, 왼쪽 입꼬리를 끌어올리며 짧고 냉소적인 미소를 지을 때, 머리를 한쪽으로 기울이며 곁눈질을 할 때는
‘이 사람 말을 믿어도 되는 걸까?
’’저거 거짓말 아냐?’하는 생각을 하는 것으로 간주하여
보다 적극적으로 내가 결코 위협적이거나 거짓말을 하는 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어야 한다. 상대방이 경계심을 풀고 자발적으로 대화에 참여해야 유용한 정보를 얻어낼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하면 분위기를 매끄럽게 만드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무엇보다 좋은 것은 상대가 신뢰할 만한 사람이라는 것을 파악한 뒤에야 마음을 여는 것보다, 내가 먼저 상대에게 신뢰감을 주는 제스처를 선보임으로써 나에게 진실만을 보여줄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상대를 단박에 사로잡는 고수들의 심리 테크닉이다.
「표창원,숨겨진 심리학,p75~77,토네이도미디어그룹(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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