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은 자신이 어릴 적 품었던 『천자문』에 관한 의심을 이야기한다.
천자문』의 첫 구절에 문제가 있다는 거다.
사람들은 『천자문』을 몇 시간 만에 외웠다는 양주동을 천재라고 했다.
그러나 이어령은 의문 없이 외우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한다.
그가 『천자문』을 배우며 품었던 의심은 이렇다.
다들 ‘하늘 천天, 땅 지地, 검을 현玄, 누를 황黃’의 순서로 외운다.
그러나 이 ‘천天, 지地, 현玄, 황黃’의 구조에 대해서는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창조적 독해는 각각의 단어가 ‘선택되는 그 기호학적 구조를 의심하는 데서 시작된다.
일단 ‘하늘은 검고, 땅은 누렇다’고 할 때
왜 하늘을 검다고 하는가에 관해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다 하늘이 파란 것을 안다.
그런데 왜 다들 ‘하늘은 검고……’라고 『천자문』을 외우는가.
도대체 이것이 말이 되는 것 인가.
첫 문장부터 이상한 『천자문』을 왜 아무도 의심하지 않고,
1000년 이상 동안 죽어라 외우기만 하느냐는 거다.
이어령은 이런 의심이 가능해야 동양사상에 숨겨져 있는,
방향과 색깔의 연관 구조를 찾아낼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이렇게 해체할 수 있어야 새로운 시대에 맞는 재구조화,
즉 편집이 가능하다고 설명한다.
이어령의 질문은 계속된다.
왜 ‘천天, 지地, 현玄, 황黃’의 순서인가를 의심해야 한다는 거다.
‘천天, 현玄, 지地, 황黃’이라 하지 않는가.
‘천天, 지地,’를 함께 묶고, 현玄과 황黃’을 차례로 묶어내는 이 결합 구조에 대해
아무도 의심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런 의심을 할 수 없으면 새로운 생각은 아예 불가능하다.
「김정운,에디톨로지 창조는 편집이다,p078~079,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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