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상식

유행성 감기

휴먼스테인 2014. 4. 10. 00:39

 

유행성 감기

 

유행성 감기 또는 독감을 뜻하는 프랑스어 그리프는<붙잡다>라는 뜻의 옛 프랑스어 동사 그리페에서 나왔다.

싸우는 상대의 멱살을 잡거나 도둑을 잡을 때처럼 기습적으로 들이닥치는 병이라는 뜻으로 그런 이름을 붙인 것이다.

영어로는 인플루엔자라고 하는데, 이는<영향>을 뜻하는 이탈리아어를 그대로 가져온 것이다.

이 말은 별자리의 나쁜 영향, 또는 추위의 영향이라는 뜻을 함축하고 있다.

비록 이름은 달랐지만 유행성 감기와 똑 같은 증상을 보이는 질병은 이미 고대에도 나타났다.

그리스의 의사 히포크라테스는 24백년 전에 그런 증상을 기술했고,

고대 로마의 역사가 티투스 리비우스 역시 유행성 감기였을 것으로 짐작되는 전염병이 창궐했던 사실을 기록으로 남겼다.

유행성 감기의 증상은 고열, 오한, 두통, 기침, 재채기, 콧물, 인후염 등이고,

심한 경우에는 폐렴이나 중이염 따위의 합병증을 일으키기도 한다.

보통의 독감 바이러스에 의한 계절성 전염병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은

전 세계적으로 한 해 평균 50만 명(대개는 노인, 당뇨병 환자, 또는 다른 병들을 앓으면서 쇠약해진 사람들)이다.

하지만 변종 바이러스가 나타나면 독감이 훨씬 치명적인 전염병이 되어

노약자는 물론이고 건장한 젊은이들의 생명까지 위협할 수 있다.

 

독감이 세계적으로 대유행했던 최초의 사례는 158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독감은 중국에서 발생하여(아마도 시골에서 사람과 돼지가 뒤섞여 살고

돼지의 유전 암호가 사람과 아주 비슷하기 때문에 바이러스의 변이가 쉽게 일어날 수 있었던 듯하다)

유럽과 아프리카로 퍼졌다. 이때의 사망자는 수백만 명에 달했던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세계적으로 널리 유행했던 독감 가운데 가장 많은 인명을 앗아 간 것은

1918년에서 1919년 사이에 창궐했던 스페인 독감이다.

그 대유행을 일으킨 바이러스는 A형의 아형인 H1N1이다.

스페인 독감은 유럽에서만 4천만에서 5천만에 이르는 사망자를 냈다고 한다

(이 수치는 제1차 세계 대전 때 사망자 수의 서너 배에 해당한다).

유럽은 물론이고 미국, 인도, 인도네시아, 심지어는 서사모아섬에 이르기까지 세계 전역에서 환자들이 발생했다.

최근의 연구자들이 추산한 사망자 수는 예전의 추정치를 훨씬 상회한다.

스페인 독감 때문에 사망한 사람들이 전 세계적으로 1억 명에 달하리라는 것이다.

이렇듯 스페인 독감은 1347년의 페스트와 더불어 인류 역사상 가장 큰 피해를 가져다 준 질병 재앙이다.

스페인 독감의 최초 발병지는 스페인이 아니다.

그럼에도 그럼 이름이 붙은 것은 스페인이 정치적으로 중립을 지키며

1차 세계 대전에 참가하지 않았다는 사실과 관련되어 있다.

당시 스페인의 언론은 전시 보도 검열을 받지 않았기 때문에,

이 독감으로 인한 피해상황을 국민들에게 사실대로 알렸다.

반면에 프랑스나 영국이나 독일에서는 군대의 사기를 저하시키지 않기 위해

정부가 독감이 유행하고 있다는 사실 자체를 숨겼다.

독감 바이러스가 처음으로 확인된 것은 1931년의 일이다.

그 성과를 바탕으로 1944년에는 토머스 프랜시스 교수가 미군의 지원을 받아 백신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그 뒤 연구자들은 독감 바이러스를 A, B, C형의 세 가지 유형으로 분류하고,

이 중에서 가장 독성이 강하고 종들 간의 전염을 통해 대유행을 일으킬 수 있는 A형을 다시 수많은 아형으로 분류했다.

이 아형들은 바이러스 입자의 표면에 달라붙어 있는 두 가지 항원,

즉 헤마글루티닌과 뉴라미니다제의 종류에 따라 서로 구별된다

(헤마글루티닌이 16, 뉴라미니다제가 9종이므로 144가지의 조합이 가능하다).

이런 발견과 연구는 유행성 감기들의 피해를 줄이는 데 기여했다.

1957년에 유행한 아시아 독감(A-H2N2)2백만 명,

1968년에 유행한 홍콩 독감(A-H3N2)1백만 명의 인명을 앗아 갔다.

분명코 엄청난 재앙이지만, 스페인 독감 때에 비하면 그만한 것도<다행>이었다.

 

에드몽 웰즈,『상대적이며 절대적인 지식의 백과사전』제7

 

『베르나르 베르베르 장편소설 이세욱옮김,3인류2,p100~102,열린책들』

 

'인문학 > 상식' 카테고리의 다른 글

객관적이고 공정한 기억이란 없다.   (0) 2014.04.14
문어  (0) 2014.04.14
전라도 사람들에 대한 뜨거운 애정  (0) 2014.04.10
'승강기'와 '서랍'  (0) 2014.04.09
서준식의 '옥중서간집'  (0) 2014.04.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