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경제

시장의 힘

휴먼스테인 2014. 2. 26. 01:50

시장의 힘

 

최근 몇 세대 사이에 기회의 균등을 제한하는 공식적인 규정이 많이 폐지되었다.

이는 대부분 차별 받던 사람들의 정치적 투쟁 덕이다.

19세기 중반 남성 모두에게 선거권을 요구한 영국의 차티스트 운동,

1960년대 미국의 흑인 민권 운동, 20세기 후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반()인종 분리 투쟁,

그리고 현재 인도에서 진행되고 있는 하층 카스트 사람들의 싸움 등이 그 예라 할 수 있다.

바로 이런 사람들과 수 많은 여성, 억눌려 지내온 인종, 하층 계급 들의 끊임없는 투쟁이 없었으면

우리는 지금도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제한된 권리를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세상에 살고 있을지도 모른다.

기회의 불균등을 철폐하기 위한 투쟁 과정에서 시장은 큰 공을 세웠다.

자유 시장 경제학자들은 효율성이 가장 높은 사람과 기업만이 살아남는 시장에서의 거래에는

인종이나 정치적 편견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고 주장한다.

밀턴 프리드먼은 이 논리를 자신의 저서『자본주의와 자유(Capitalism and Freedom)에서 간단명료하게 정리했다.

 

빵을 사는 사람은 그 빵을 만든 밀을 기른 것이 공산당원인지 공화당원인지…… 흑인인지 백인인지 모른다.”

 

따라서 시장의 힘은 인종 차별을 몰아내거나 최소한 많이 약화시킬 것이라고 프리드먼은 주장한다.

백인만 채용하는 고용주는 인종에 상관없이 가장 능력 있는 사람을 골라 쓰는

더 개방적인 고용주와의 경쟁에서 질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이 점은 인종 차별로 악명이 높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일본인들을 명예 백인으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던 사례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남아프리카 안에 있는 도요타나 닛산 공장을 운영하는 일본인 경영진들더러

인종 분리법에 따라 유색 인종이니 소웨토의 흑인 거주 지역에 가서 살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결국 백인 우월주의에 젖은 남아프리카공화국이지만 하는 수 없이 자존심을 접고

일본인들은 백인인 것처럼 받아들였다.

일제 자동차를 타려면 다른 도리가 없었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시장의 힘이다.

 

『장하준 지음,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김희정,안세민 옮김, p280~281,부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