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철학 등

진보의 제스처를 걷어치워라

휴먼스테인 2013. 12. 31. 07:01

진보의 제스처를 걷어치워라

 

얼마 전 킹메이커라는 책에서

진보주의자들이 오른쪽으로 가기를 원하면 그들은 보수주의자가 되지만

보수주의자들은 왼쪽으로 이동하지 않는다라는 구절을 보았습니다.

제가 보기에도 실제로 이런 정치인들이 많은 것 같고요.

도무지 저는 이해가 안 갑니다.

그 동안 그들이 살아온 세월을 생각하면 그래서는 안 되는 거 아닌가요?

나이가 들어서 총기가 흐려지는 걸까요?

 

변희재 씨 이야기를 해 드리고 싶네요.

변희재 씨가 처음 언론계에 등장한 게 <조선일보>를 통해서였어요.

그 전에 변희재 씨는 진보적인 인물이었죠.

변희재 씨가 대학 다닐 때는 나름 예리한 좌파적이고 진보적인 글을 썼던 사람이에요.

그런데 이 사람이 경향신문사에 원고 한 덩어리를 가지고 갔어요.

칼럼 연재를 하고 싶다는 거죠. 당시 편집국장이나 기자들이 변희재 씨 눈만 봤답니다.

기자들이 촉이 있거든요. 그런데 눈이 불안하게 떨리더랍니다. 상태가 안 좋다는 거죠. (웃음)

그 다음에 변희재 씨가 <조선일보>에 글을 쓰기 시작한 겁니다.

이 이야기를 드리는 건, 진보와 보수라는 걸 유명세나 권력을 얻기 위해서 입는 옷을 여기는 사람이 더 많다는 거예요.

아마추어처럼 생각하지 마세요. 절대.

무슨 소린지 알죠?

변희재 씨가 좋아했던 건, 유명해지는 거였어요.

아주 단순한 겁니다.

사람들이 나를 몰라줄 때, 허영이 나옵니다.

유명해지고 싶기 때문에 무리수를 두는 겁니다. 이해가 되시나요?

그러니 진보주의자들이 오른쪽으로 간다는 건 우리가 고마워 할 일이죠.

드디어 화장을 지우고 맨 얼굴로 우리한테 온 거니까요.

 

김지하 씨한테 저는 너무 고마워요.

드디어 완전히 커밍 아웃을 하신 거예요.

저는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당시부터 김지하 씨를 저주하기 시작했어요.

강기훈 유서대필 사건이 뭔지 아세요?

1991년에 김기설 이라는 대학생이 정치적 분신을 합니다.

그런데 친구였던 강기훈 씨가 김기설 씨가 남긴 유서를 대필로 쓰고 분신을 방관했다는 누명을 뒤집어쓰게 된 거죠.

가장 약한 사람이 자신의 정치적 의견을 가장 순수하게 표현하는 게 자살하면서 쓰는 유서입니다.

그건 힘이에요.

1980년대까지만 해도 누군가가 절절하게 무언가를 외치고 죽으면 사람들이 모였어요.

그런데 그 때 김지하가 <조선일보>에 글을 썼어요.

죽음의 굿판을 당장 걷어치워라라고요.

레드컴플렉스로 유명한 서강대 총장 박홍은 청년들의 분신에 사주하는 세력이 있다고 떠들었죠.

검찰이 가만히 있을 리 없지요?

유서를 대필한 거라고 조작하는 겁니다.

그 다음부터 가난하고 약한 사람들이 목숨을 걸면서 이야기한 정치적 의견들은

사주 받은 정치적 꼼수일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기 시작합니다.

그 역할을 한 게 김지하 씨예요.

김지하 씨는 로터스 상을 수상했던 시인이에요. 인권 시인이라고요.

1970년대에 유신 독재를 반대하면서 부르주아 운동을 했던 사람들이 왜 유신에 반대했는지 고민을 하셔야 됩니다.

왕만 권력을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능력이 있으면 누구나 소유하자는 것, 이것이 부르주아적 발상이지요.

이건 경제적인 것과 같이 갑니다.

왕의 소유를 부정하고 누구나 소유할 수 있다는 사적 소유의 발상과 같은 거니까요.

그러니까 박정희 독재는 당시 부르주아 계층들, 경제적으로 중산층 이상, 교육 수준으로는 대학 졸업자 이상에게는

자신에게 정치적ᆞ경제적 기회를 박탈한 왕정에 지나지 않았던 겁니다.

한마디로 말해 자기는 대학에서 배울 만큼 배웠고 좋은 대학 나왔는데 이 사회에는 자기 자리가 없다는 거예요.

군바리들이 요직은 다 차지하고 있었으니까요.

자신들의 권력욕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군바리 독재가 다 없어져야 되는 거죠. 잊지 마세요.

그 사람들은 전태일을 위해서 일어난 사람들이 아니에요.

자신의 권력욕을 위해 민중을 팔아먹고 온 거예요.

지금 새누리당과 민주당 사이에 무슨 차이가 있을까요?

둘 다 부르주아 정권이에요.

새누리당은 거기에 더해 야만적인 정권인 거고요.

저는 한국 정치가 발전하려면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통합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어차피 계급성이 둘 다 똑같거든요.

한국 정치사의 가장 큰 문제는 민주당이 진보적 정치 세력이 앉아야 할 자리에 뭉개고 있으면서,

진보 세력이 성장하는 것을 막고 있다는 겁니다.

그러니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통합해야 한다는 겁니다.

그때서야 정말 진보적인 정치세력이 등장할 수 있을 테니까요.

어쨌든 우리가 상처를 받더라도 알아야 됩니다.

진보의 옷을 입고서 유명해진 사람은 약자에 대한 애정이라기보다는 그 애정을 빙자로 자기가 유명해지고 싶은 거라고요.

정말 진보적인 사람은 우측으로 가지 않아요.

진보의 제스처를 취했던 사람이 우측으로 가는 건, 화장을 지우는 거죠.

그런데 이거 고마운 일이에요.

몰랐으면 김지하 시인 죽고 나서 묘지에 갈 뻔했던 거죠.

이제 안 가도 되잖아요? 돈도 아끼고 얼마나 좋아요? (웃음)

 

『강신주 지음, 강신주의 다상담 2, p133~137, 동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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