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티브잡스는 마우스를 기반으로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를 탑재한 애플 컴퓨터를 만들었다.
한동안 승승장구했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자신이 만든 애플에서 쫓겨난다.
절치부심하던 잡스가 애플에 다시 복귀하면서 마우스를 대체하는 새로운 개념을 꺼내든다.
‘터치touch’다. 더 정확히 말하면 터치가 가능한 아이팟이다.
마우스만 으로도 이미 위대한 스티브 잡스다.
그런데 마우스만큼이나 혁신적인 도구를 또 다시 제시한 것이다.
애플 사에 복귀하면서 잡스는 윈도우가 대세인 PC시장을 피해갔다.
대신 새롭게 형성되고 있던 MP3 플레이어 시장을 공략했다.
당시 MP3플이어는 한국 제품이 대세였다.
특히 아이리버라는 토종 브랜드는 정말 대단했다.
전 세계 젊은이들이 국산 MP3 플레이어를 자랑스럽게 목에 걸고 다녔다.
인천공항에도 엄청난 규모의 전시상이 있었고,
소니의 나라 일본 신주쿠 한복판에도 한국의 아이리버 매장이 문을 열었다.
그러나 그것은 잠시였다. 애플의 아이팟이 등장하자 아이리버는 한방에 훅 갔다.
기술로 따지자면 한국의 아이리버가 훨씬 더 뛰어났다.
아이리버는 그 작은 기계에 녹음, 라디오, 어학 학습 기능까지 다 있었다.
음질도 아이리버가 훨씬 더 좋았다. 그러나 아이팟에 꼼짝없이 당했다.
사람들은 애플의 디자인 때문이라고 했다. 아이팟이 너무 예뻐서 그렇다는 거다.
아니다. 그렇게 추상적으로 설명해서는 안 된다.
그 디자인의 구체적 내용이 무엇이냐는 거다.
터치다. 만지는 거다!
애플 아이팟의 성공은 만지는 데 있었다.
아이팟 1세대는 기계식 ‘스크롤 휠’을 달고 나왔다.
예쁘기는 했지만 그리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지는 못했다.
2002년에 ‘터치 휠’을 달고 나온 아이팟 2세대부터 열풍이 시작되었다.
그때까지 세상의 모든 디지털 기기는 버튼을 눌러야만 했다.
그런데 만지고 문지르는 디지털 기기가 나온 것이다.
손가락으로 살짝 문지르기만 해도 아이팟은 바로 반응했다.
드디어 ‘인간의 얼굴을 한 디지털 기기’가 탄생한 거다.
사람들은 아이팟에 환장했다. ‘누르기’와 ‘만지기’는 질적으로 다른 경험이다.
자판을 두드리거나 버튼을 누르는 것은 지극히 공격적인 행위다.
어느 회사에나 자판을 ‘개 패듯’ 때리는 사람이 꼭 있다.
특히 엔터키나 스페이스바를 칠 때 그런다.
아이팟은 그럴 필요가 전혀 없다. 부드럽게 만지면 된다.
터치 휠을 달고 나온 아이팟 2세대 이후 10년 동안,
애플은 수없이 많은 기기를 매년 새로 발표했다.
모델도 바뀌고, 기능도 바뀌었다.
그러나 최신 아이폰, 아이패드에 이르기까지 변치 않는 기능이 하나 있다. 터치다.
물론 삼성이나 LG의 스마트 기기도 터치로 작동한다.
그러나 손가락으로 눌러서 반응하는 ‘감압식減壓式 터치’와
살짝 문지르면 반응하는 ‘정전식 靜電式터치’는 근본적으로 다른 경험이다.
찔러야 겨우 반응이 오는 ‘40대 피부’와
살짝 닿기만 해도 바로 반응이 오는 ‘20대 피부’의 차이라고 할까.
최근에는 감압식과 정전식의 장점만을 편집한 입력 방식이 대세다.
마우스를 사용하는 그래픽 유저 인터페이스를 제일 먼저 개발했지만,
빌 게이츠의 윈도우윈 형편없이 무너졌던 스티브 잡스는
터치라는 개념을 통해 디지털 시장을 다시 완벽하게 지배하게 된다.
만지고 만져지는 것은 인간의 가장 기본적인 욕구다.
그래서 아무도 만져주는 사람 없고, 만질 사람도 없는 이 땅의 중년 사내들이
요즘 시간만 나면 스마트폰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그렇게들 사랑스럽게 문지르고 있는 거다.
「김정운,에디톨로지 창조는 편집이다,p063~065,21세기북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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