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올이 바라본 노무현의 정치관
그래서 “평화협정” 문제만 나오면 북한은 남한의 배제를 요구한다.
북한 정책자들도 참으로 어리석다
남한을 배제하고 미국과 어떤 협약의 변경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런 형식론적 억지를 부리는 것이다.
문제는 남한이 주체적으로 미국을 설득하여 이런 문제를 풀어야 하는데
그럴 기회는 얼마든지 있었다.
노무현은 후보시절에 “나는 대통령 당선되어도 미국에 사진 찍으러 가지는 않겠다”는 등
매우 주체적인 발언을 많이 했다.
그래서 미국은 잔뜩 긴장했다.
노무현에 대한 정보가 부재했던 것이다.
그런데 노무현은 당선되자마자 그러한 주체적 스탠스를 스스로 배반했다.
국민의 열망을 스스로 저버린 것이다.
사진 찍으러 갔고, 미국에 가서는 안해도 될 얘기까지 잔뜩 늘어 놓았다.
미국의 도움이 아니었더라면 한국은 민주주의국가가 되지 못했을 것이고,
그렇게 되었더라면 자기 같은 사람은 정치범수용소같은데 갇혀있을 것이라는 식의 망언을 했다.
한국의 민주주의는 미국의 기여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라 우리 대한민국 국민의 열망으로 이루어진 것이다.
미국은 오히려 민주의 열망을 억제하는 정책을 펴왔다.
광주민중항쟁도 지켜만 보았고, 당시 군부의 이동을 묵인하였다.
미국은 정의와 이익의 갈림길에서 항상 자국의 이익을 선행시킨다.
도무지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할 수 있는 발언은 아니었다.
노무현은 국제사회에서 두려운 존재에서 무시당할 수 있는 존재로 영락했다.
대북송금문제가 정치쟁점으로 부각했을 때도 “정치구단”운운하면서 특검을 수용했다.
그리고 결국 정몽헌을 죽이고 현대아산을 죽였다.
그리고 현대 아산이 따온 모든 개발이권을 휴지로 만들었다.
만약 노무현이 사진 찍으러 미국에 가질 않고,
중국을 먼저 방문했다든가,
그리고 특검 같은 바보짓을 하지 않고,
이라크파병의 조건으로 평화협정이나
휴전선 왕래의 모든 이니시어티브를 장악하는 조치를 취했더라면
“자유왕래”는 중국의 양안관계 이상으로, 변질될 수 없는 우리역사의 대세가 되었을 것이다.
노무현은 그렇게 위대한 기회들을 다 유실하였다.
「 김용옥, 사랑하지말자, P43~44, 통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