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시토신
이 장의 앞부분에서 우리는 사랑을 하면 실제로 뇌 활동이 바뀌고, 특정 뇌 화학 물질이 방출된다는 걸 알아보았다.
뇌 화학이 감정적 애착과 유대감도 설명해 줄 수 있을까?
밝혀졌다시피 섹스 중에 뇌에서 방출되는 두가지 호르몬인 바소프레신과 옥시토신은
동물들이 느끼는 유대감과 관련이 있다.
따라서 두 호르몬이 인간이 느끼는 애착에서도 일정한 역할을 할 지 모른다.
여성은 오르가슴 후에 바소프레신과 옥시토신이 최대치를 기록한다.
남성은 오르가슴 후에 바소프레신이 가장 많이 분비되고, 여성은 옥시토신이 최대치를 기록한다.
옥시토신이 인간의 감정에 미치는 영향은 조사가 별로 이루어지지 않았다.
그러나 분무된 옥시토신을 코로 흡입하면 신뢰감과 너그러움이 커진다는 사실이 일부에서 보고되었다.
이들 호르몬이 방출되면 편안함, 안정성, 애착이 생긴다는 다른 보고들도 있다.
안마나 애무를 받을 때도 방출돼서 “포옹 호르몬(cuddle hormone)”이라고 불리는 옥시토신은
불안과 우울증을 차단하는 효과도 지닌 것으로 여겨진다.
대다수의 연구자가 방출되는 메커니즘과는 별도로 어쨌든 옥시토신이 분비되면 “기분 좋은” 경험을 하게 된다고 믿고 있다.
뉴욕에서 관계 맺기를 지도하는 강사 두 명도 문자 그대로 이 사실에 기댄 프로그램을 운영 중이다.
포옹 파티(Cuddle Party)의 공동 주창자인 리드 미헬코(Reid Mihalko)는 2004년에
싱글인 사람들이 30달러를 내고 참석해 한 시간가량 다른 사람들을 껴안을 수 있는 파티를 열었다.
듣자 하니 지난 몇 년 사이에 1만 명 정도가 낯선 사람들을 껴안았다고 한다.
남녀 구별 없이 이루어지는 어루만지기를 재발견하고, 다른 조건을 전혀 개입시키지 않고
옥시토신을 얻겠다는 것이 그들의 목표였다.
(포옹파티에는 “포옹안전요원”이란 것도 있다.)
학계에서는 옥시토신이 모성 행동에서 담당하는 역할로 가장 유명하다.
예컨대, 옥시토신은 분만을 용이하게 해 주는 자궁 수축을 활성화한다.
사실 옥시토신이라는 이름 자체가 그리스어로 “순산(swift birth,順産)”을 뜻한다.
산부인과에 입원하는 미국 여성 약75퍼센트가 분만을 유도하고,
촉진하기 위해 피토신(Pitocin) 같은 합성 옥시토신 제제를 투여받고 있다는 사실을 통해
옥시토신의 효과가 얼마나 대단한지를 알 수 있다.
미국보다 출산 관련 사망률이 매우 낮은 중국에서는 해산 과정을 격려해야 할 때 찬물로 샤워를 시킨다.
찬물로 씻으면 젖꼭지가 흥분되고, 계속해서 뇌가 자체적으로 더 많은 양의 옥시토신을 분비한다.
젖꼭지에 얼음을 대면 옥시토신이 방출된다는 건 산파들이 오래전부터 공유해 온 지식이다.
분만 과정이 오래 계속되면 얼음을 사용하는 지혜도 도움이 된다.
임산부는 옥시토신 덕에 젖도 분비할 수 있다.
옥시토신은 모성 유대에서 중요한 역할을 담당할 뿐만 아니라 동물 종 다수의 새끼 돌보기에도 관여한다.
연구자들은 동물에게 어떤 약물을 주입해 자연스럽게 분비되는 옥시토신을 차단하면
어미들이 통상의 돌봄 행동을 그만두고, 나아가 자식을 완전히 외면해 버리기까지 한다는 걸 보여 주었다.
그 반대 상황도 일어날 수 있다.
교미는 물론이고 새끼를 낳아 본 적이 없는 젊은 쥐들에게 옥시토신을 주입했더니
녀석들이 다른 암컷들의 새끼를 제 자식인 양 코를 비비고 보호했던 거이다.
『by Cindy M. Meston and David M. Buss, Why women have sex, p116~118,Cindy M. Meston and David M. Buss c/o Brockman Inc』