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강徒杠과 여량輿梁의 경영

도강^徒杠과 여량^輿梁의 경영

-     글 한상만 성균관대학교 경영학 교수, 경영전문대학원 부원장

 

한 번의 선행보다 중요한 ‘도강’과 ‘여량’

 

맹자의 이루장에 보면 정나라의 재상이었던 자산이 길을 가다가

강을 못 건너고 있는 사람들을 보고 안타까운 마음이 들어서

자신이 타고 있던 수레로 백성들을 강을 건너게 하는 일화가 나온다.

이 장면을 보면 자산이 당시 나라의 재상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참으로 훌륭한 사람이구나’하는 생각이 들게 된다.

자산은 그가 죽었을 때 공자가 눈물을 흘렸다는 이야기가 있을 정도로 훌륭한 재상이었다고 한다.

그러나 춘추시대의 유명한 재상으로 널리 알려져 있던 자산에 대한 맹자의 평가는 우리의 생각과는 달랐다.

 

 

子産(자산)이 以其乘輿(이기승여)로 濟人於溱洧(제인어진유)러니

孟子曰惠而不知爲政(맹자왈혜이부지위정)이로다.

 歲十一月(세십일월)에 徒杠成(도강성)이오

十二月(십이월)에 輿梁(여량)이 成(성)이면 民未病涉也(민미병섭야)니라

고로 爲政者(위정자)이 每人而悅之(매인이열지)면 日亦不足矣(일역부족의)니라

 

 

자산이 자기의 수레를 가지고 진수와 유수에서 사람들을 건네주었는데, 맹자께서 말씀하셨다.

은혜롭기는 하나 정치하는 법을 알지 못하였도다.

해가 11월이 될 때, 도강이 만들어지고 12월이 될 때 여랑이 만들어지면

백성들은 건너는 것을 고통스러워하지 않을 것이다.

그러므로 정치를 하는 사람이 각각의 사람들을 기쁘게 해주려면 날마다 하여도 부족할 것이다(이루장하 제2장).

 

자산이 정나라에서 정치에 참여하고 있을 때,

자신의 수레를 가지고 진수와 유수라는 강을 건너지 못하고 있는 백성들을 건너게 해준 일에 대해서

맹자는 ‘정치하는 법을 몰랐던 것’이라고 했다.

백성들 한 사람 한 사람을 수레로 강을 건너게 하는 것에 시간과 마음을 쓰는 것보다는

오히려 그들이 걸어서 건널 수 있는 작은 다리(도강)를 11월이 되기 전에 우선 만들고,

12월이 되기 전에는 수레가 지나갈 수 있는 큰 다리(여량)를 만드는 일을 하는 것이

더 백성을 위하는 길이라는 것을 깨닫지 못했음을 지적한 것이다.

맹자는 나라를 경영하는 사람들은 단지 선행을 하는 것이 훌륭한 정치가 아님을 깨달아야 한다고 가르친다.

그리고 정치를 하는 법을 깨닫고 나라를 화평하게 하는 정치를 한다면

큰 길을 갈 때 길가는 사람들을 물리쳐도 좋다고 가르치는 것이다.

맹자의 가르침은 단순하면서도 우리에게 주는 큰 깨달음이 있다.

 

한번의 선행을 해서 사람들의 칭송과 감사를 듣는 것보다

10년 후를 내다보고 필요한 시스템을 만드는 것이 정치라는 것이다.

 

 

기업의 경영자도 마찬가지이다.

지금 눈앞의 급한 일들을 해결하는 것에만 자신의 시간과 마음을 쓰기보다는

기업경영 문제의 근원을 해결할 수 있는 비전과 전략을 제시하고 행동에 옮기는 경영자가

맹자가 말하는 정치하는 법을 깨달은 경영자일 것이다.

지금 눈앞에 닥쳐있는 문제에 매몰되는 경영자가 되어서는 안 된다.

그보다는 지금 우리 기업의 도강과 여량이 무엇인가에 답을 할 수 있는 경영자가 되어야 하는 것이다.

 

『신용사회,Column 한상만 교수의 맹자경영 ⑨,p68~69 』

 

 

 

피터 드러커는 『자기경영노트』라는 책에서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는 기업은  대체로 단조로우며 사람의 마음을 자극하는 일들이 벌어지지 않는다.

발생할 수 있는 위기를 모두 예견하여 그것을 4지선다형 객관식 문제로 만들어 놓았기 때문이다”

 

『왕중추 지음, 작지만 강력한 디테일의 힘, p 241,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