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철학 등
가난한 나라 사람들의 삶의 여유
휴먼스테인
2013. 8. 23. 17:09
또 한번은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출발해 상페테르스부르크까지 지프로 시베리아 횡단을 할 때였다.
우랄산맥 근처에서 알렉세이라는 도보 여행자를 만났다.
그는 폴란드 옆에 붙어 있는 벨로루시(백러시아)를 출발해 지금은 연해주라 불리는 우수리로,
우리와는 반대 방행으로 시베리아를 횡단하고 있었다.
블라디보스토크 옆에 있는 나홋카에 일자리가 있다는 광고를 보고 취직하러 가는 중이라고 했다.
그는 낮에는 걷고 밤에는 노숙을 했다. 날씨가 추워지면 근처 러시아 정교회에 찾아가 허드렛일을 해주며 겨울을 났다.
봄이 되면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렇게 러시아의 끝에서 끝까지 3년째 걷고 있었다.
러시아의 포레스트 검프였다.
러시아 사람들의 마음속에는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그 기초가 되는 것,
당장 이익이 없더라도 자신의 꿈에 몰두하는 것, 지금 힘들지만 여유 있는 마음을 가지는 것,
이런 근원적인 것들에 대한 동경이 자리 잡고 있다.
그래서 러시아 사람들은 1차 산업에 종사하는 사람들을 존중한다.
감자를 재배하는 사람이 없다면 감자 칩도 없다고 말한다.
학문에서는 수학이나 물리학, 생물학 등 당장 산업적 부가가치를 만들어내지는 못하지만
다른 학문이나 산업의 기초가 되는 학문을 중시한다.
가난하지만 순수한 꿈과 열정으로 기초학문에 정진하는 학자들을 마음속 깊이 존경한다.
『박수용 지음, 시베리아의 위대한 영혼, p 94,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