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물학적 혁명
40억 년에 걸쳐 이어져온 자연선택이라는 구체제는 오늘날 완전히 다른 종류의 도전에 직면하고 있다.
전 세계의 실험실에서 과학자들은 살아 있는 개체의 유전자를 조작하여, 원래 해당 종에게 없던 특성을 부여하는 정도까지 자연선택의 법칙을 위반하는 중이다.
브라질의 생물예술가인 에두아르도 카츠는 지난 2,000년 새로운 예술적작품을 창조하기로 결심했다. 녹색 형광 토끼였다.
그는 프랑스의 연구소와 접촉해, 자신의 설계대로 토끼가 빛을 내도록 유전자 조작을 해달라고 주문했다.
돈을 받은 연구소는 지극히 평범한 흰토끼의 배아에 녹색 형광을 발하는 해파리 유전자를 삽입했다.
그러자 짜잔! 녹색 형광 토끼 한 마리가 탄생했다.
카츠는 이 토끼에 ‘알바’라는 이름을 붙였다.
알바의 존재는 자연선택의 법칙으로 설명하기가 불가능하다.
이 암토끼는 지적 설계의 산물이며, 앞으로 올 것에 대한 선구자이다.
만일 알바가 상징하는 잠재력이 모두 실현된다면—그리고 만일 인류가 그때까지 스스로를 멸절시키지 않는다면—과학혁명은 단지 하나의 역사적 혁명이 아니라 그보다 훨씬 더 위대한 것이라는 점을 스스로 증명할 수 있을 것이다.
지구상에 생명이 탄생한 이래 가장 중요한 생물학적 혁명으로 드러날지도 모른다.
지난 40억 년이 자연선택의 기간이었다면, 이제 지적인 설계가 지배하는 우주적인 새 시대가 열리려 하고 있다.
알바는 그 시대의 새벽을 상징하는 존재다.
그 때가 도래하면, 그 이전의 인류사 전체는 생명이라는 게임에 혁명을 일으킨 실험 및 견습 과정이었다고 뒤늦게 재해석될 것이다.
이런 과정은 천 년 단위의 인간적 시각이 아니라 십억 년 단위의 우주적 시각으로 조망되어야 할 것이다.
세계의 생물학자들은 도처에서 지적설계(창조론)운동과 끊임없는 전투를 벌이고 있다.
학교에서 다윈의 진화론을 가르치는 데 반대하는 지적설계 운동의 주장에 따르면, 생물학적 복잡성은 모든 생물학적 세부사항을 미리 생각해낸 창조자가 존재한다는 증거다.
과거에 대해서는 생물학자들이 옳지만, 미래에 대해서라면 역설적으로 지적설계 옹호자들이 맞을지 모른다.
내가 이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자연선택을 지적설계로 대체하는 일이 진행 중일 수 있다.
그 방법은 세 가지인데
첫째가 생명공학,
둘째가 사이보그 공학(사이보그는 유기물과 무기물을 하나로 결합시킨 존재다),
셋째가 비유기물공학이다.
「유발 하라리지음, 사피엔스, p563~565, 김영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