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모는 왜 있을까?
음모는 왜 있을까?
당신이 비행기에 앉아 있거나 미국 차량 등록국에 줄을 서 있을 때 주위 사람과 대화를 트는 데 딱 맞는 주제가 아닌가……. 그리고 왜 있는가 뿐 아니라 왜 거기에 있는가도 의문거리다.
하필 왜 거기에 나 있을까?
인류는 왜 생식기와 겨드랑이에만 작은 덤불을 남겼을까?
여기가 진화 대 지적 설계 논쟁을 벌일 자리는 아니지만, 음모는 창조자가 아주 거친 소년다운 유머 감각을 지니고 있음을 시사하는 듯하다.
거리에서 아무나 붙들고 음모가 왜 있냐고 묻는다면, 반응은 세 가지 중 하나일 것이다.
(1) 경찰을 부른다.
(2) 어깨를 으쓱하고는 이렇게 추정한다. “음, 내 은밀한 부위를 보온하기 위해서?”
(3) 정색을 하면서 당신의 눈을 직시하면서 단호하게 말한다. “내 생식기를 보호하기 위해서
음모의 목적이 ‘은밀한 부위’를 아늑하고 따뜻하게 유지하기 위해서라면, 더 많이 더 수북이 나 있어야 옳지 않겠는가? 그리고 털에 의존해 온기를 유지하도록 진화한 것이라면, 왜 전신이 털로 뒤덮이지 않았는가?
보호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멜 브룩스 같은 저명한 진화 생물학자들도 그토록 중요하고 예민한 생식기가 작은 두개골 같은 것으로 둘러싸이지 않은 이유를 놓고 고심했다. 그리고 음모가 정말로 보호 기능을 한다면, 북미 미식축구리그 선수들과 나스카 자동차 경주 선수들은 짧고 곱슬곱슬한 거시기 털로 짠 커다란 불룩한 가발을 써야 맞지 않겠는가?
가장 설득력 있는 가설은 음모가 겨드랑이 털과 마찬가지로 인간의 성적 대화에서 중요하고도 흥미로운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 성욕을 자극하는 냄새인 페로몬을 가둔다는 것이다.
이 페로몬은 아포크린샘이 피부 표면에 끈끈하고 냄새 없는 분비물을 방출할 때 생성된다. 그 분비물이 세균에 분해되면서 성욕을 부추기는 독특한 냄새가 난다.
음모와 겨드랑이 털은 인간의 주된 ‘냄새 포획기’다. 페로몬은 신경 전달에 단기적 및 장기적 영향을 미치는 생식샘자극호르몬분비호르몬(GnRH)의 분비를 촉진한다.
냄새나는 티셔츠를 코에 대고 냄새를 맡게 한 다양한 실험을 비롯하여 각종 연구들은 인간 페로몬이 이성을 유혹하는 데 상당한 효과가 있음을 밝혀냈다
따라서 냄새는 포유류의 짝짓기에서 아주 중요한 역할을 한다.
방취제, 향수, 관수욕, 제모제 등 온갖 것들을 사용하면서, 어떻게 데이트 상대를 찾을 수 있는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빌리 골드버그, 마크 레이너 지음, 아주 사소한 것까지 알려주는 내 몸 상식사전, p265~267,랜덤하우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