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의 진화속도
인류의 진화속도
지난 5백 년간 인간의 힘은 경이적으로, 유례없이 커졌다.
1500년에 지구 전체에 살고 있던 호모 사피엔스의 수는 5억 명이었다.
오늘날에는 70억 명이 산다.
1500년 인류가 생산한 재화와 용역의 총 가치는 오늘날의 화폐로 치면 약 2,500억 달러였다.
오늘날 인류의 연간 총생산량은 60조 달러에 가깝다.
1500년 인류가 하루에 소비한 에너지는 약 13조 칼로리였다.
오늘날 우리는 하루 1,500조 칼로리를 소비한다
(숫자들을 다시 한 번 들여다보라. 인구는 열네 배로 늘었는데 생산은 240배, 에너지 소비는 115배 늘었다).
현대의 전함 한 대가 콜럼버스 시대로 옮겨졌다고 상상해보자.
이 배는 니냐, 핀타, 산타마리아 호를 몇 초 만에 널빤지 조각으로 만들 수 있을 것이고, 당시 열강들의 모든 군함을 격침시키면서도 자기는 긁힌 자국 하나 없을 것이다.
현대 화물선 다섯 척이 있었다면 당시 세계의 모든 상단이 실어 나른 모든 짐을 실을 수 있었을 것이다.
현대의 컴퓨터 한 대면 중세의 모든 도서관에 있는 모든 사본과 두루마리에 있는 모든 단어와 숫자를 쉽사리 저장하고도 공간이 넉넉하게 남았을 것이다.
오늘날의 대형 은행 어느 한 곳이 보유한 돈은 중세의 모든 왕국이 가지고 있던 돈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을 것이다.
1500년에 10만 명 이상 거주하던 도시는 드물었다.
대부분의 건물은 진흙과 나무와 짚으로 지어졌다. 3층이면 초고층이었다.
도로는 바퀴자국이 나 있는 비포장 흙길로, 여름에는 먼지가 날리고 겨울에는 진창으로 변했으며, 보행자, 말, 염소, 닭, 마차 몇 대가 오갔다.
도시에서 가장 흔히 들리는 소음은 인간의 목소리와 동물의 울음소리였으며, 가끔 망치질과 톱질하는 소리도 들렸다.
해가 지면 도시의 경관은 캄캄해졌고, 어둠 속에서 가끔 촛불이나 횃불이 보일 뿐이었다.
그런 도시의 주민이 현대의 도쿄, 뉴욕, 뭄바이를 본다면 어떤 생각이 들까?
16세기 이전에는 지구를 일주한 인간이 아무도 없었다.
상황은 1522년에 바뀌었다.
마젤란의 배가 7,2000킬로미터를 항행한 끝에 스페인으로 돌아온 것이다.
항해에는 3년이 걸렸으며, 탐험대의 거의 전원이 희생되었다.
심지어 마젤란 본인까지. 1873년에 쥘 베른은 필리어스 포그라는 부유한 영국인 모험가가 세계를 80일 만에 일주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고 상상한 이야기를 썼다.
오늘날에는 중산층 정도의 수입이 있는 사람이라면 단 48시간 만에 쉽고 편안하게 지구를 일주할 수 있다.
1500년에 인류는 지표면에 묶여 있었다.
탑을 세우고 산에 올라갈 수는 있었지만 하늘은 새와 천사와 신의 영역이었다.
1969년 7월 20일 인류는 달에 착륙했다.
이것은 역사적 위업 정도가 아니라 진화적, 심지어 우주적 업적이었다.
지난 40억 년의 진화 기간동안 지구의 대기권을 벗어난 생물조차 없었으며, 달에 발자국이나 촉수 자국을 남긴 생물도 없었을 것이 확실하다.
「유발 하라리지음, 사피엔스, p350~353,김영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