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창식, 조용필 그리고 신중현
송창식, 조용필 그리고 신중현
그만큼, 아니 그보다 더 대중가요 역사에 획을 그은 뮤지션 이야기를 꺼낼 때가 된 거 같다. 바로 조용필이다. 사람들은 둘을 두고 취향에 따라 누가 낫네. 별로네 하며 괜히 경쟁한다. 조금 조심스럽긴 했지만 그에게 솔직하게 물어보기로 했다. “사람들이 선생님이랑 조용필 선생님이랑 양대 산맥이다, 그런 말을 많이 하는데 거기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세요?”
그는 진지한 얼굴도 답을 해 줬다. “조용필은 확실히 큰 산이에요. 내가 생각하기에도. 대한민국 역사상 제일 좋은 가수가 아마 조용필일거 같아요. (내가 선생님 아니고요? 라고 묻자)나는 거기에 섞여 있는 사람은 아니에요. 이렇게 쭉 있으면 나는 여기 있지(손으로 한 영역을 만든 뒤 자신의 영역은 그 바깥쪽으로 표시했다. 그리곤 처음 그린영역을 가리켰다). 여기서 가장 큰 산 하나가 조용필이라는 얘기죠. 나는 늘 외부에 있으니까. 거기에 비교가 안 되고. 그리고 나는 그렇게 대중 가수로서의 가치를 가지고 노래를 하는 게 아니거든요. 그러니까 거기다 비교하기 어려워요. 노래 솜씨야 나도 만만하지만. 그래도 그렇게 끼워 넣고 뭐 최고의 가수다 이렇게 하기엔 좀 어렵다구요. 나는 제삼자로 봐도 거기에 섞여 있지 않다구요. 따로 있으니까.”
그는 자신을 한데 묶는 건 어려운 일이라는 의견을 피력했다. 꼭 지구와 화성의 이야기처럼 들렸다. 그가 추구해 온 음악이 대중보다는 더욱 넓은 영역을 아우르며, 개인의 음악적 목적에 가치를 두었기 때문이 아닐까. 그렇기에 비교가 무의미하다는 말이었다. 그럼에도 둘 다 큰 봉우리임에는 이견이 없다. 물론 난 한쪽이 더 커 보인다만.
그래서 “그럼 대중음악을 기준으로 봤을 때, 조용필의 음악을 대단하다고 생각하시는 거예요?”라고 물었다. 그러자 그는 “음악이 훌륭한 사람은 신중현이죠.”라고 말했다. “내가 보기에 신중현 같은 사람은 음악을 정식으로 공부한 게 아니면서도 정식으로 공부한 세계의 모든 음악가 사이에 집어넣어도 신중현은 신중현이다 이거예요. 우리가 자랑할 만하다구요.”
조용필의 음악도 좋지만 그보다는 조용필의 가창을 더 높게 산다는 말이었다. 그가 신중현을 언급한 건 조금 의외였다. 둘의 접점을 생각해 내기가 어려웠다. 하기야 활동 시기가 겹치지 않는 것은 아니니 충분히 그럴 수 있겠다 싶었다. 신중현이 정부로부터 5년간 활동 금지당한 1975년부터 송창식이 대중 가수가 되었는데, 한창 활발히 활동하던 그 시기에 둘의 협업이 이루어졌으면 어떤 음악이 나왔을지…….
「박재현지음, 송창식에서 일주일을,p125~127,가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