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경영

돈의 향기

휴먼스테인 2017. 4. 11. 14:26

돈의 향기

 

1519년 에르난 코스테스 일당은 당시까지 인간 세상에서 격리되어 있던 멕시코를 침략했다.

그곳에 살던 사람들은 스스로를 아즈텍인이라고 불렀다.

이들은 이방인들이 어떤 노란 금속에 극도의 관심을 나타낸다는 사실을 금방 알아차렸다.

이방인들은 사실 끊임없이 그 이야기만 했다.

원주민들이라고 금을 모르지 않았다.

아름답고 가공하기 쉬워서 그것을 사용해 장신구와 조각상을 만들었으며 때로 금가루를 교환의 수단으로 이용했다.

하지만 아즈텍인은 뭔가를 사고 싶으면 보통은 코코아 콩이나 피륙을 지불했다

그래서 스페인인들이 금에 집착하는 이유가 도무지 이해되지 않았다.

먹을 수도 마실 수도 없고 천을 짤 수도 없으며 너무 물러서 도구나 무기를 만들 수도 없는 금속이 왜 그렇게 중요할까?

스페인 사람들이 금에 열광하는 이유가 뭐냐고 원주민들이 묻자 코르테스는 이렇게 대답했다.

 

나와 내 동료들은 금으로만 나을 수 있는 마음의 병을 앓고 있기 때문이다.”

 

스페인 사람들이 떠나온 아프로아시아 세계에는 금에 대한 집착이 만연해 있었다.

서로 원수인 사람들도 이 쓸모 없는 누런 금속을 갈구하는 데는 한마음이었다.

멕시코를 정복하기 3세기 전, 코르테스의 조상들과 그 군대는 이베리아반도와 북아프리카에 있던 무슬림 왕국들과 피비린내 나는 종교전쟁을 벌였다.

그리스도의 신자들과 알라의 신자들은 상대방을 수천 명씩 죽이고 들판과 과수원을 황폐하게 만들고, 번영한 도시를 연기 나는 폐허로 만들었다.

모두가 그리스도나 알라의 영광을 더 크게 만들기 위한 일이었다.

점차 우세를 차지한 기독교인들은 승리를 축하하기 위해 모스크를 부수고 교회를 지었을 뿐 아니라, 새로운 금화와 은화를 발행하여 십자가와 함께 이교도들과의 싸움을 하느님이 도와주셔서 감사한다는 내용을 새겼다.

하지만 승리자들은 새로운 화폐와 함께 또 다른 종류의 주화도 찍어냈는데, 밀라레스라는 이 주화에는 좀 다른 메시지가 담겨 있었다.

기독교인 정복자들이 찍어낸 사각형 주화에는 유려한 아라비아 문자로 다음과 같은 선언이 새겨져 있었다.

 

알라 외에는 다른 신은 없으며 무함마드는 알라의 사자다.”

 

가톨릭의 멜구에일 주교와 아그데 주교조차도 인기 있는 이 무슬림 주화를 충실히 복제해 발행했고, 신을 두려워하는 기독교인들은 이를 기쁘게 사용했다.

관용은 언덕 너머에서도 넘쳐흘렀다.

북아프리카의 무슬림 상인들은 피렌체의 플로린 금화, 베네치아의 두카트 금화, 나폴리의 기글리아토 은화 같은 기독교 주화를 이용해 사업을 했다.

이교도인 기독교인들을 상대로 성전을 벌였던 무슬림 통치자들조차 경배의 표시로 예수와 성모 마리아를 새겨 넣은 주화로 세금을 받았다.

「유발 하라리지음, 사피엔스, p248~249,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