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학/사회

진술서는 눈총 받을 때까지 확인하라

휴먼스테인 2016. 12. 19. 09:23

진술서는 눈총 받을 때까지 확인하라

 

병아리 기자 때다

2002 대선 한나라당으로부터 소송을 당했다.

어리버리했다. 남방에 검정 바지를 입고 공손한 척했다.

그런데 조사가 시작되고부터 검찰수사관에게서 적개심이 느껴졌다.

기사 제보자가 말을 바꾼 상황이니 유죄가 확실하다며 나를 다그쳤다.

나를 봤다. 수사 수법 하나인 같았다.

지금 같았으면 묵비권을 행사하거나 가만히 자리를 벗어났을 것이다.

그때는 화도 내지 못하고 태도만 점점 나빠졌다.

수사관인 담배를 피우자. 나도 다리를 꼬꼬 껌을 씹기 시작했다.

내가 팔을 괴니 어디서 팔을 괴냐 팔을 슬쩍 건드렸다.

나도 눈을 부릅뜨고 이씨!”까지 뱉었다. 조금만 도발하면 한판 붙을 생각이었다.

그런데 대들었더니 태도가 조금 달라졌다.

결론은 이미 정해진 목적지로 나를 몰아갔다.

조사가 늦게까지 이어졌다.

내일 다시 오기 싫은 마음에 그날 조사를 받기로 하고 심야 조사에 응했다.

조사가 끝난 조서를 확인해보니 제멋대로였다.

나에게 유리한 부분은 하나도 없고 불리한 부분만 잔뜩 그것도 굉장히 나쁜 뉘앙스로 적혀 있었다.

고쳐달라고 했더니 검사가 대세에는 지장이 없고 조서를 다시 쓰려면 내일 와야 한다 말했다.

자신이 부분이 염두에 두고 감안해서 처리하겠다고 했다.

말을 믿고 싶었다. 무엇보다 얼른 검찰청을 떠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냥 도장을 찍었다. 법원에서 다투면 되니까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다.

엄청난 착각 이였다. 검사나 수사관은 죄가 있는 쪽으로 몰아가는데 최고 전문가들이다.

그들이 당신의 억울함을 풀어주기 위해 당신이 예뻐서 뻘뻘 흘리며 시간씩 쓰는 아니다.

같은 사건으로 걸린 다른 재판들은 쉽게 무혐의 판결이 났다.

그런데 재판은 계속 끌려 다니다가 겨우겨우 무죄를 받았다.

귀찮다고 일찍 검찰청을 나선 결과는 가혹했다.

곽노현 서울시교육감은 서울대 법학과 출신에 법학과 교수였다.

법률 지식은 판검사들보다 해박하다.

교육감은 잘못이 없는 묵비를 ?”라고 말했다.

그리고 헌법 수업 강의하듯 장황하게 진술했다.

검사가 하나를 물으면 두세 개를 대답했다.

그러고는 제대로 살펴보지 않고 조소에 도장을 찍었다고 한다.

1 재판에서 판사가 물으면 교육감은 그런 취지로 진술한 아니었다고 라고 대답했다.

판사는 조서가 그런 취지로 읽히는데 확인을 보셨냐 다그쳤다.

그런데 교육감이 재판중에 조서를 살펴보더니 증언이 담배를 피우다 이야기가 조서에 적혀 있다고 말했다.

검사가 발끈했다. 그래서 심문 과정을 촬영한 영상을 다시 보기로 했다.

과정에서 검사가 조서를 짜깁기한 전모가 드러났다.

30 전에 질문에 30분후에 답변을 엮어놓은 식이었다.

검사의 부정행위를 확인하고는 판사가 충격을 받은 모양이었다.

조서가 끝나면 조서를 확인한다.

뉘앙스가 다르면 아예 지워달라고 해야 하는데 시정을 요청하는 쉽지 않다.

변호사와 함께 가지 않으면 말도 꺼내기 쉽지 않다.

조서를 보고 고쳐달라고 하면

정확하지는 않지만 이런 취지 아니었습니까?

대세에 지장은 없습니다”,

수사관들도 고생 했는데라고 말하곤 한다.

서로 낑낑대면서 시간 동안 고생한 아까워서 적당히 타협하고 오는 경우가 많다.

조서를 꼼꼼히 검토할 자신이 없으면 깔끔하게 묵묵부답하고 오는 낫다.

조서는 자칫 감옥행 열차표가 수도 있다.

조서는 당신이 말한 그대로 수사관이 타이핑해놓은 녹취록이 아니다.

단어나 표현의 뉘앙스가 조금씩 바뀌어 있지 않은지 확인해야 한다.

대다수 사람들이 집에 가고 싶은 마음에 과정을 소홀히 한다.

단골 가게 드나들 조사를 받는 나도 조사실에 가면 빨리 벗어나고만 싶다.

검찰청에는 이상한 기운이 흐르는 것만 같다. 매우 지치고 피곤해진다.

그래도 마지막까지 버텨야 한다.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체력이 달리면 잠시 쉬었다가 조서를 보겠다고 해야 한다. 시간이 걸려도 무방하다.

여기서 무죄냐 집행유예냐 구속이냐가 갈린다.

순간의 작은 실수로 인생이 달라지는 사람이 많다.

그런 순간에 혼신을 다하지 않는 삶에 대한 직무유기다.

조서를 오래 검토하면 검사나 수사관이 쪼잔한 사람 취급하며 무엇을 툭툭 던진다.

이거 작전이다. 그럴수록 천천히 조서를 살펴야 한다 이것이 권리이자 책임이고 의무다.

 

노무현 대통령은 대검찰청에 끌려가 조사받은 2시간40 동안 조서를 검토했다고 한다.

그게 치사한 행동인 검찰은 언론 플레이를 했다. 사악했다.

 

조서가 완성되면 마지막에 본인이 도장을 찍는 절차가 있다.

수정이나 보완 요구를 거부하거나 혹은 조서 자체가 미심쩍다면 지문 날인이나 서명을 거부해도 된다.

그래야 조사의 진정성을 다툴 있다.

만약 피고인이 재판에서 경찰의 진술 조서를 부인하면 경찰에서 작성한 조서는 증거 능력을 인정받지 못한다.

 하지만 검찰에서 작성된 진술 조서는 자체로 증거 능력을 인정받는다.

검찰에서는 아무렇게나 대답해 괴로운 상황을 우선 모면하고 재판에 가서 다투자고 마음 먹는 사람도 있다.

하지만 법정에서 말을 바꾸면 피의자의 법정 진술이 거짓이라고 주장하는데 근거가 되기도 한다.

검사나 판사는 문장을 어렵고 복잡하게 써서 쉽게 이해하지 못하게 하는 경향이 있다.

극도로 문장을 구사해 어지럼증과 호흡곤란을 유발하기도 한다. 조심해야 한다.

「주진우 지음, 주기자의 사법 활극, p177~,181 푸른숲」